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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이혜훈을 안 쓴 이유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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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 후보는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그러나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나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며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경제부처 장관 후보 리스트를 사전에 구상하고 정리하는 게 우리 부서의 임무 중 하나였다. 국민의힘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이 후보는 우리 부서에서 당연히 검토해야 할 인물이었다. 다만 이 후보는 기재부장관을 맡기에 전문성이 부족했다.

이 후보가 경제학 박사 출신이긴 하지만 잘 따져보면 나무(개별 사업 타당성)만 보고 숲(거시 재정 전략)을 보는 훈련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고 KDI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이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건강보험이 의료수요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Health Insurance on the Demand for Medical Care)'이었다.

이 논문은 계량경제학 방법론을 이용해 '의료보험제도가 의료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응용미시경제학의 하위분과라고 할 수 있는 보건경제학을 다룬 것이다. 거시 재정정책이나 조세·예산 전체를 아우르는 정통 재정학과는 거리가 먼 미시적 소비자 선택 이론에 가깝다. 의료보험이라는 주제 자체도 대한민국 정부 직제상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에 해당한다.

이 후보는 KDI에서도 거시 재정운용이라는 기획예산처 업무와는 거리가 먼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KDI 홈페이지에서 '이혜훈'이라고 검색하면 총 19건의 보고서가 검색되는데 그중 이 후보가 단독저자인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다. 개별 재정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업무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을 하며 예결위 간사를 지냈지만 이건 1년씩 돌아가면서 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후자를 적임자라며 내세운 이번 임명은 황당한 인사다. 기획예산처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 지명을 두고 "이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보좌진 갑질로 시끄럽지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이혜훈 후보가 기획예산처 장관을 맡을 전문성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애초에 전문성이 없는 야당 인사를 지명한 것이라면 통합도 실용도 아닌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지 야당 한번 흔들어보려고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이혜훈 카드를 던진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얄팍한 용인술이다. 이번 인사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더 훼손할지 진심으로 우려스럽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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