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배 대구서부경찰서 서장-30년 경찰 마치고 다시 농군으로

형편 어려워 학업 포기 농사일, 경찰 간부시험 도전 '인생역전'

"30여 년 경찰 생활을 끝으로 다시 농군으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맺었던 귀한 인연을 소중히 지키는 영원한 경찰로 남겠습니다."

20일, 김성배(57) 대구 서부경찰서 서장이 30년 경찰 생활을 마쳤다. 경찰 간부 후보 27기로 경찰에 입문, 김천경찰서 형사계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만 28년 만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고학을 통해 이룩한 업적이라 김 서장의 명예퇴직은 그 누구보다 남달랐다. 보릿고개와 배움의 갈증을 견뎌 만들어 낸 57년간의 인생 역전.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을 낮췄다. 그에게 인생 역경은 하나의 도전 과정일 뿐이었다.

194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김 서장은 한의원을 운영하던 조부모가 일제에 항거, 자결을 선택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5남매 중 차남이었던 그는 형을 위해 학업까지 포기하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흙 냄새를 좋아했던 20세 젊은 시절엔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경찰 간부 시험. 그는 못 배운 한을 시험에 쏟아부었고 결국 79년 경찰 간부로 경찰 제복을 입게 됐다. 인생 역전의 순간이었다.

그 후 그는 '청백리', '대쪽 경찰', '농군 경찰' 등 숱한 애칭을 가진 지휘관으로 자리매김했고, 자기 관리와 정도를 걷는 경찰관의 대명사가 됐다. 김 서장은 욕심 없이 지냈던 30년 공직 생활과 마찬가지로 떠나서도 귀농생활을 할 예정이다.

"직원들을 귀하게 여겼던 지휘관의 마음을 간직한 채 자연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후배 지휘관들이 경찰의 사명을 더욱 빛내리라 믿습니다." 평범한 자리로 되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커 보였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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