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biotechnology) 산업은 인류 수명의 연장과 불치병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선진국에서 21세기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현대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의료 기술들은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몇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쉽고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주말이나 일과 뒤에 열리는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는 항상 자기 개발 시간이 부족한 개원 의사들로 북적인다. 휴일조차 자신과 가족들에게 할애하지 못하고 "그 나이에도 아직 공부해야 하나? 도대체 애들과는 언제 한번 같이 놀아 줄 거냐?"는 투정을 들으면서도 참석할 수밖에 없다는 동료 의사들을 볼 때면 여러 생각들이 든다. 자기 발전뿐만 아니라 최신 의료 정보를 놓치지 않고 환자에게 책임을 다하려는 성실함과 노고에 존경심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단한 현실에 대한 측은함이 느껴진다.
급격한 의료의 발전은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고민거리와 혼란을 야기한다. 국가 공인 기관의 충분한 검증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돼 믿고 처방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시판 뒤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해 시장에서 철수되는 경우들을 간혹 접한다. 치료에 대한 희망으로 약을 처방한 의사나 복용한 환자 모두 당혹감과 불안감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의학 발전을 위해 거쳐야 할 홍역쯤으로 생각하기에는 피해를 본 환자의 고통이나 고민이 너무 커 처방한 의사를 원망하는 것도 이해한다.
진단과 치료 방법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환자들의 고민과 혼란도 있다. 과거, 작은 갑상선암은 예후가 아주 좋아 수술 안 하고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 검진을 통해 작은 갑상선암이 많이 발견됨에 따라 예후가 나쁜 작은 갑상선암(20~30%의 환자에게서 질병 초기에 이미 임파선 전이나 주위 조직으로의 침범이 발견됨)도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료방침이 변하고 있다. 즉 작은 갑상선암도 큰 갑상선암과 마찬가지로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고 필요에 따라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쪽 엽 절제술(작은 갑상선암 치료방법)을 받은 뒤 병이 재발한 환자들은 수술 범위가 적절치 못해 재발한 게 아닌가 하고 의사를 원망하고 재발이 되지 않았더라도 전체를 다 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흔히 보게 된다. 또 의사들도 급변하는 의료 현실에 맞는 치료 지침의 부재로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른 경우들이 있어 환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의료 현실 속에서 의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의사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이며 의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혹시 피해를 보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새로운 의학 지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진실로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환자들이 고민하면서 가끔 내게 물어보는 무서운 한마디가 있다. "선생님 가족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윤현대(라파엘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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