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대규모 암센터 신·증축에 나서 대구 등 지방 대학병원들이 암 환자 유출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일 아시아 최대 규모인 652개 병상 규모의 암센터(수술실 20개·외래진료실 51개·외래치료실 67개)를 개설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6월, 기존 일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2009년 2월쯤 665개 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등 3개 병원들도 내년쯤 대규모 암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암센터 경쟁'에 나선 것은 국내에서 해마다 12만~13만여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암 치료 수준이 병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의 2006년도 6대 암(위암·대장암·간암·폐암·유방암·갑상선암) 수술 건수 분석 결과, 서울의 '빅5' 병원이 전체 1만 7천535건 가운데 3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대학병원들은 서울의 암센터 설립 경쟁은 지방 암 환자들의 유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이르면 올해 중 90개 병상 규모의 암 전문병동 설립을 추진한다. 암 병동에는 진단과 치료는 물론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병실도 갖출 예정이다. 또 인천 경제특구에 들어설 미국의 MD앤더슨병원과 암 환자 협진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다.
이관호 영남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앞으로는 전문적인 암센터나 암 병동이 없으면 병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대학본부와 협의해 암 병동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외과, 내과 등 진료과목 중심이 아니라 암 환자의 장기별로 암 진단과 치료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암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동산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암센터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외국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손수상 의료원장은 "암센터는 의대가 이전할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병동건립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장기사업 계획이지만, 서울에서 암센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설립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2005년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로부터 대구·경북지역암센터(250개 병상)로 지정돼 북구 학정동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 23억 원을 들여 정밀한 암 수술을 위한 로봇장비를 도입했다.
이상흔 경북대병원 원장은 "암 수술 건수로 보면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주요 암 분야에서 전국 10위권에 들어있지만,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암센터 설립에 나서고 있어 대구 대학병원들의 위상이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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