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계종 "전통사찰 국립공원 풀어야"…정부에 요청

합천 해인사가 최근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공원지정 해제와 관리체제 전환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해인사 측에 따르면 현재 사적 및 명승이면서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해인사와 가야산 일원은 물론 경주(토함산·불국사·석굴암·남산지구·각종 왕릉)와 속리산 법주사 일원에 대해 조속한 해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국립공원 해제요청서'를 환경부와 문화관광부에 지난 15일 보냈다. 또 현재의 환경부 관리 체제를 문화관광부(문화재청)로 전환할 것도 요구했다.

주지 현응 스님은 "전통사찰보존법과 문화재보호법은 무시한 채, 환경부가 자연공원법에 따라 체육·레저 및 관광개발 차원에서 전통사찰을 관리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가야산과 경주 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이므로 생태·환경적 관리에서 문화적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인사 초입에 들어서면 '국립공원 가야산 해인사'를 소개하는 안내 간판은 즐비해도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안내문은 단 하나도 없다."며 "언제부터인가 문화유산은 없어지고, 환경만 주장하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해인사 사회국장 진각 스님도 "일본 교토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문화유산을 우리나라처럼 환경부가 관리하지 않는다. 중국도 문화유산 지역을 경승구역(景勝區域·사적 및 명승구역)으로 묶어 문화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조계종 김영주 감사팀장은 "오래 전부터 정책 변경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 각 당에서 '공원구역 해제'와 '중복법 일원화' 등의 문제를 공약으로 채택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하므로 새 정부에선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정책적인 문제라 현재로선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가야산, 경주, 소백산, 주왕산 등 경북 4개 지역을 포함한 16개 산악지역과 한려, 다도해, 태안 등 3개 해안·해상지역, 변산반도 1개 등 모두 20개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가야산, 경주 토함산, 속리산은 지난 1966년 전통사찰보존법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됐으며, 나머지 국립공원에도 국보·보물 등으로 지정된 수많은 전통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 일원은 1968년 불국사, 석굴암, 각종 왕릉, 남산 석불지구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가야산 일원도 1972년 국립공원으로 묶여 자연공원법을 적용받고 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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