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험학습] 남해 가천마을 다랑논

해안 절벽에 펼쳐진 옛 섬사람들 지혜

경남 남해군 남해읍에서 19번 국도에 따라 미조 방향으로 10㎞를 달리면 이동면을 지나 앵강고개가 나온다. 앵강고개 중턱에 있는 삼거리에서 1024번 지방도로를 타고 월포 두곡해수욕장을 지나 석교마을 농로를 지난 뒤 좌회전해 곧장 가면 가천마을에 닿는다.

가천마을은 남해의 남면 가장 끝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향해 마을이 열려 있어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 마을의 풍경과 함께 눈을 압도하는 광경이 펼쳐지는데 이것이 남해의 명물인 다랑논(삿갓논, 삿갓배미)이다. 남해는 남해 대교와 창선·삼천포 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지형적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평지가 적은 남해안에 있는 전형적인 섬의 하나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성은 가천마을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가파른 절벽을 끼고 경사진 곳곳에 다랑논을 일궈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옛말에 밭 갈던 소도 한눈을 팔면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작은 논이 층층이 쌓여 있는데 크기는 작은 것이 3평 정도에서 큰 것은 30평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작다. 하지만 그 규모와는 별개로 봄부터 가을까지 벼가 재배되는 시기에는 언제든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다.

가천마을 중심부에는 암수바위가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암수바위는 남자 성기 모양을 한 바위와 임산부가 누워있는 형상을 한 두 개의 커다란 바위를 가리키는데 미륵바위라고도 부른다. 이 바위에서 기도를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가천 마을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면 몽돌해변이 있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마을회관에 문의하면 자녀들과 함께 다랑논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농사 체험, 몽돌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가천마을 다랑논에 대한 Q&A

▶경사진 곳에 논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영토는 한반도와 3천여 개의 부속 도서로 구성되어 있고, 섬의 대다수가 서·남해안에 분포한다. 이러한 섬들은 해수면이 낮아진 빙하기에는 육지와 연결된 산이나 높은 언덕과 같은 지형이었으며, 따라서 평지와는 달리 퇴적층이 얇고 경사가 급해서 논농사에 적당하지 못하다.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으로 바뀌긴 했지만 원래 이 섬들이 산과 같이 경사가 급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평지가 매우 협소하다. 따라서 섬 사람들이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산지에 있는 경사진 땅을 개간할 수밖에 없었고, 다랑논과 같은 특이한 경관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랑논에서는 왜 밭벼가 아닌 논벼를 키울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잘 알고 있는 벼는 논에서 재배하는 논벼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섬에서 재배하는 벼는 논벼가 아닌 밭벼다. 밭벼는 생육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물이 부족하고 경사지며 토양 입자가 굵은 땅이 많은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여러 섬이나 경상북도 산간 지방과 같은 곳에서 많이 재배한다.

하지만, 다랑논에서 키우는 벼는 밭벼가 아닌 논벼이다. 논벼는 밭벼보다 생육을 위한 자연적 조건이 더 까다로워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섬 지역은 경사진 지형이라 논을 만들기가 어려워 자연적 조건을 맞추기가 힘들다. 그러나 논벼는 물에 잠긴 상태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성장 기간에는 일손이 밭작물에 비해 덜 들고, 무엇보다 논을 조성할 경우 토양의 영양분이 잘 보존되며 토양 유실을 막는 특징이 있어 장기적으로 꾸준히 식량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가파른 경사지에 힘들지만 논을 조성해서 논벼를 재배해 왔던 것은 섬의 미래를 내다본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랑논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의 고산 경사지에서 다른 밭작물이 아닌 논벼가 재배된다는 것도 이러한 특징을 고려한 주민들의 노하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 남해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지족마을 죽방렴

죽방렴은 남해와 사천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시적인 어로 방법으로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고기를 잡고 있어 좋은 볼거리가 된다. 특히 창선면 지족마을의 지족해협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죽방렴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다. 원래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곳으로 지금은 해협 위로 창선대교가 지난다. 창선대교에서 내려다보면 해협을 따라 V자 모양으로 발을 쳐 놓은 어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수심이 얕은 개펄 바닥에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뚝을 박고 그물을 친 다음 물결을 따라 들어온 고기를 잡는 어로 행위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고기를 잡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이곳 창선대교를 찾으면 붉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고 그 가운데 삐죽하게 두드러진 아름다운 죽방렴을 감상할 수 있다.

▷물건방조어부림

물건방조어부림은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어부림으로 길이 1.5km, 너비 30m의 반달형으로 팽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푸조나무인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300년 된 40여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금산 보리암

소금강 또는 남해금강이라 불리는 삼남 제일의 명산. 금산(681m)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온통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라 원효대사가 이 산에 보광사를 짓고 보광산이라 불러왔는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젊은 시절 이 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자 영세불망의 영산이라 하여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른다는 뜻으로 금산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정상에는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있으며, 불타오르는 여명이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금산의 일출은 3년 동안 덕을 쌓아 볼 수 있다 하며 그 장엄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가져다준다.

▷독일마을

1960년대에 조국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 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 지원을 위해 만든 삶의 터전. 독일의 문화와 전통문화예술촌을 연계한 특색있는 관광지 개발을 위하여 2001년부터 남해군에서 30여억 원을 들여 기반을 조성, 70여 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분양하였다. 건축은 교포들이 직접 독일의 재료를 수입하여 전통 독일식 주택을 신축하고 있는데 지금은 15동 정도가 완공되어 독일 교포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독일에 가 있는 동안은 관광객을 위한 민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창선·삼천포대교

2003년 4월 28일 이충무공의 탄신일을 기하여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된 지 30년 만에 창선·삼천포대교를 개통하였다. 길이 3.4km의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 3개 섬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상국도(국도3호)로 지정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관광명소이다. 남해의 새로운 관문으로 탄생한 이 다리는 창선도의 육상교량으로 150m 길이의 PC빔교인 단항교, 창선과 사천 늑도를 잇는 340m의 하로식아치교인 창선대교, 사천시의 늑도와 초량을 잇는 340m 길이의 PC BOX인 늑도대교, 초양섬과 모개섬을 잇는 202m의 종로식 아치교인 초양대교, 모개섬과 사천시를 연결하는 436m의 콘크리트 사장교인 삼천포대교라는 다섯 개의 교량이 다리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강문철(영남삶터탐구연구회, 경북고 교사)

참고자료: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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