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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다문화 사회] ④중국 동포.고려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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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메이드 인 차이나' 취급"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 이들이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3일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 이들이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3일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도 아닌…'

식당 등에서 일하는 중국동포(조선족)들과 마주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3D업종이라 불리는 일터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있다. 이미 30만 명을 넘어선 중국동포들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잘사는 고국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조차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스스럼없이 자신들을 '메이디 인 차이나'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민족인데도 우리 사회의 포용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지난 16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사에서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만나 고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에서 온 김창근(62) 씨=한국에 연고가 없어 한국행이 어려웠는데 지난해 고령동포자격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노년에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돈을 벌러 왔어요." 그러나 7개월간 겪은 한국생활은 넌더리가 난다. 입국한 뒤 석달을 건축현장에서 보냈다는 그는 "60평생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의 계산이 착오였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국사람은 일벌레예요. 모두 열심히 일하니 한국이 발전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똑같은 일을 했는데도 한국사람에게는 8만 원 주고, 나에게는 4만 원밖에 주지 않았어요." 그는 중 국동포라고 차별하는 한국인들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길림성 길림시에서 온 이송약(47) 씨=할아버지의 고향이 경북 안강이라는 그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방문이다. 1996년 처음 한국에 왔던 이 씨는 2005년까지 불법 체류하면서 갖은 고생을 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두 번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정나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철근 다루는 일을 했는데,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 참을 수 없었던 건 멸시였죠." 옷 입는 것부터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것까지 트집을 잡혔다. 동료들과 다투기도 했다는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괄시가 더 서러웠다고 했다. "중국에 일자리가 없어 다시 오게 됐지만 한국을 좋아하진 않아요. 돈을 벌어갈 수 있게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한국은 그저 일터일 뿐이다.

◆요녕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딸을 보러 왔다는 김상란(57·여) 씨=15년 전 한국사람과 결혼한 첫째 딸 덕분에 딸 3명이 모두 한국에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일곱 형제들 중 둘째 동생을 빼고는 6명이 한국에 와 있다. 첫째 딸이 한국으로 시집갈 때 고생할까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은 싹싹한 큰 사위가 가장 마음에 들지만 한국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992년 압구정동 식당에서 두 달 정도 일했는데, 손님들이 저더러 '짱깨 아줌마'라고 불렀어요. 너무 모욕적이어서 그 손님에게 나쁜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저주했어요." 이천 화재로 중국동포 일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남의 일같지 않아 가슴이 아팠단다.

◆길림성 연길시에서 온 정해동(29) 씨=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자주 한국사람들을 접하고 TV를 통해 한국 문화도 접해 한국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동포 중 20대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을 해코지해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로봇용접을 배워 중국으로 가고 싶다는 그는 자신을 중국사람이라고 했다. "중국에 사는 게 마음 편해요. 우리는 한(漢)족에 가깝고, 나고 자란 곳이 중국이며 같은 국적,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끼리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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