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는 희망으로 열어젖힌 새해 벽두에 뜻밖에도 몹시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통계 지표를 하나 접했다. 조선일보와 6개 지역 신문이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16개 시·도의 거주지 만족도 평가에서 대구 시민들의 만족도가 전국 평균(57.5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39.4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작년 하반기 매일신문으로 접한, 대구시 민선4기 1주년 맞이 대구 시민 대상 실시 여론 조사에서도 그와 비슷한 내용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경제에 대한 불만족이 크게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듯 경제가 다른 모든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우리 대구도 지역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바야흐로 21세기는 이제 '문화의 시대'임을 주목하자.
여전히 경제는 여타 부문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제는 때로 문화가 앞장서서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문화 역량에 따라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이 결정되기에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앞다투어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그것을 주요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구시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삼아 다시 한번 세계 속의 문화 도시로 도약하고자 진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시가 대구를 아시아 공연문화 산업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밑그림으로 차기 정부에 '공연문화 중심도시' 지정을 요청한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고 시의적절한 조치라 평가할 만하다.
대구가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함에 있어 기본적인 지표는 무척 밝다. 우선 오랫동안 공들여 시행해온 녹지 조성 사업과 담장 허물기 사업 등의 성과로 도시 미관이 한결 나아졌고, 대구의 젖줄(?) 신천강 수질 향상과 함께 신천 둔치가 시민들에게 쾌적한 공원으로 되살아났다.
대구는 예술 인적 자원이 풍부할 뿐더러, 공연 문화면에서도 근래 들어 괄목상대하였다. 2003년 8월에 전국 최초로 오페라 전용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개관하면서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이제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는가 하면, 대구가 서울 다음 가는 뮤지컬 시장을 형성하면서 2006년 봄에 시작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해를 거듭할수록 탄력을 받고 있고, '대구국제호러예술제'가 올해 신규 국고 지원 대상 사업으로 지정받음으로써 국제적인 예술제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문화 인프라면에서도 희망적이다. 오페라 전용극장에 이어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이 추진 중이고 '대구아트센터'가 상반기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대구시립미술관'도 지난해 착공되었다. 또한 민간 전문가 중심의 문화예술 전담기구인 '대구문화재단' 설립과, 복합 문화공간인 '대구문화창작교류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며 일찍이 '문화 강국론'을 역설한 백범 김구 선생의 선견지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의 질 향상에 있어 문화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 대구가 근·현대 여러 예술 장르에서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하면서 '문화예술 도시'로 손색이 없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경제 침체와 안전 사고 등으로 그런 이미지가 많이 손상된 것이 사실이고, 그러는 동안 우리 스스로가 문화 도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잃고 스스로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면서 자기폄하와 패배의식에 오랫동안 젖어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이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계기로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예총을 비롯한 지역의 예술문화 단체와 예술인들의 남다른 노력과 대구시의 행정적인 지원과 아낌없는 투자는 물론, 문화 향수의 주체로서 대구 시민들의 향상된 문화 마인드와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다시 한 번 대구가 대한민국의 '고품격 문화예술 도시'로 웅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구의 역량을 총 결집하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잘 치러낸 머지않은 훗날에 다시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거주지 만족도를 물었을 때, 문화예술 부문의 만족도가 시민들의 거주지 만족 지수를 성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영은(대구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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