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병원에서 수부외과 임상 교수로 근무할 때였다. 1999년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박찬호 선수가 인근의 신시내티에 경기가 있어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당직 없는 주말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 구경을 갈 수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외국 생활에서 달러를 쓰는 것이 왜 그렇게 아까웠던지. 가장 낮은 가격의 자리를 예매하고 2시간여 운전 끝에 메이저리그 야구를 생전 처음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야구장으로 접근하면서 대구의 시민운동장 야구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시내티 레즈 구단 '그레이트 어메리칸 볼파크' 야구장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의 좌석은 3루 측 가장 높은 자리로 그라운드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이었다. 4만 명 이상의 관중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 차 있는 그라운드 중앙으로 박찬호 선수가 불펜에서 작은 장난감 차 같은 것을 타고 나왔다.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면서 모자를 벗고 관중들과 심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순간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 날 박찬호는 7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으며 가뿐히 승리 투수가 되었고, 팀은 11대 3으로 경기를 이겼다. 너무 넓고 높은 관중석에서 박찬호 선수의 모습이 개미처럼 작게 보여 괜히 왔다는 생각도 잠깐, 중견수 뒤쪽의 대형 스크린에서 선수의 얼굴에 맺힌 땀까지도 모두 볼 수 있었다.
이 야구장에는 옛날에 활동을 했던 선수들의 소중한 사진과 유니폼, 야구 방망이들을 전시하는 구단 박물관도 있고,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바·어린이 놀이시설·구단 박물관 등이 입점해 있었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경기 시작 전후 혹은 경기 중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경기장 외부에는 대규모 쇼핑센터와 문화시설·호텔·공원 등이 있어 경기장을 외부와 소통시켜주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경기장들은 '경기장(stadium)'이 아닌 '공원(park)'으로 불리는 것 같다. 바로 그 지역 주민들의 구심점이고 자부심인 것이다.
돔 구장 건설과 낙후된 야구장의 개선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할까 라는 논의는 뒤로하고 대구시가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돔 야구장을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새로 지을 우리 대구의 돔 구장은 단순히 야구 게임을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연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거운 문화 공간이 되어, 대구 시민들의 공원이자 자부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상현(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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