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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 대통령 조용히 있다 물러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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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철학, 소신과 충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서명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청와대에 넘어오더라도 퇴짜를 놓겠다는 것이다.

정부조직을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줄이는 작업은 온전히 차기 정권의 권리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걸고 당선했고, 지금 그 공약을 이행하는 중이다. 떠나가는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맞니 안 맞니 시비 걸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임기를 한 달 앞둔 대통령으로서는 국회의 처리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통과 시 법령을 공포하면 그만이다. 공연히 나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만일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다시 넘기면 새 정부는 출발부터 꼬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2월 25일까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의결하는 일정이 순조로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장관 없는 기형적 정부로 출범할 소지마저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어깃장을 한번 놓자는 것인가. 국민들에게 "다음 정부가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 이는 누구인가. 끝까지 국민을 질리게 하는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이 임기 말 무력감이나 스트레스를 드러내면 낼수록 본인만 왜소해 보일 뿐이다. 공개석상에서 "나가는 사람 등 뒤에 소금 확 뿌리는" "우리가 올 경제운용 얘기 해봤자 말짱 헛방" 같은 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대선에서 참혹한 심판을 받았으면 자숙하지는 못할망정 새 정부의 앞길에 재를 뿌려서야 쓰겠는가.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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