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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 중국의 '아라비안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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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포송령 지음/김혜경 옮김/민음사 펴냄

명말청초의 중국에 포송령(蒲松齡)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젊어서 큰 뜻을 품고 관리가 되고자한 그는 면학하여 몇 차례 과거시험을 치르나 번번이 낙방하고 만다. 낙담한 그는 삼십 여세에 이르러 동향의 한 유력자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일흔 여섯의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대부분의 여생을 그 집에 의거했다. 여느 낙방수재와는 달리 그는 시사를 읊조리고 경전에만 몰두하는 심심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근방의 선비들과 주자와 양명을 논하는 소일 대신 그가 택한 것은 차와 담배를 대동한 저자거리의 일상이었다. 그는 찰스 디킨스가 그랬듯 필부와 차를 마시고, 작부와 담배를 나눠 피며, 그들의 허풍스런 기담과 해괴한 민담을 귀담아 들었다. 그렇게 수집된 수백 편의 이야기들은 다시 그의 문학적 상상력과 꼼꼼한 필치가 더해져 '요재(聊齋)'라 명명된 그의 서재 한 구석에 수십 년간 조용히 쌓여갔다.

중국 문학사상 가장 훌륭한 문언소설이라 불리는 '요재지이(聊齋志異)'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혹자에 의해 '중국의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이 500여 편의 단편소설 속에는 귀신, 괴수, 선녀, 신선이 등장하는가 하면 치정과 불륜, 은원과 복수가 시종 엇갈린다. 포송령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속에 치열한 사회비판의식과 적절한 교훈을 안배함으로써 자칫 음담패설로 치부될 이 작품에 훌륭한 문학성을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재지이'는 이후 세계적인 기서가 되어 노신의 격찬을 받기도 하고, 헤르만 헤세와 프란츠 카프카의 애독서가 되기도 했다. 호금전의 '협녀'나 정소동의 '천녀유혼'이 이 '요재지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귀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연지구', '귀신랑', '청사'등의 홍콩영화들도 얼마간 이 대작에 그 상상력의 일부를 빚지고 있다하겠다.

포송령의 이름을 뜻풀이 해보면 '소나무의 수명'이 된다. 소나무는 장애물이 있어야 멋지게 크는 법이라 했던가. 향시의 낙방이 오히려 포송령으로 하여금 역작을 집필케 하였으니 이 사실은 제법 절묘하다하겠다. 그는 76세까지 살아 당시로는 장수했다고 볼 수 있으나 소나무만큼 천수를 누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분신 '요재지이'는 천년을 족히 살 것 같고 보면, 이것 또한 크게 운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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