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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세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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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옷 타령'을 하던 딸아이의 채근에 못이긴 척, 설빔을 사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따라나섰다. 딸아이는 집 근처 상설할인 옷가게를 돌면서 청바지와 셔츠 두어 장을 샀다. 유달리 시샘 많은 아들녀석은 무슨 연유인지 선선히 부녀 동행을 허용했다. 물론 深謀遠慮(심모원려)가 숨어있었다.

아들의 遠慮(원려)는 세뱃돈이었다. 세뱃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컴퓨터 게임팩을 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제 누이와 함께 옷을 사겠다는 마음을 접은 게다. 설날은 아들녀석에게 勿失好機(물실호기),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일년 중 아비의 도움 없이도 사고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생기는 유일한 날인 것이다.

설은 가장 큰 명절의 지위를 추석에게 물려준 지 오래다. 안동을 대표하는 간고등어의 올 설 매출 역시 지난해 추석 때의 60~70%선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추석보다 설날이 더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세뱃돈 때문이다.

올해 세뱃돈은 인플레가 심했다. 돈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탓이긴 하겠으나 세뱃돈 평균 지출액은 지난해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세뱃돈 대폭 인상은 아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인 반면 '어쩔 수 없이' 세뱃돈 인상 추세를 따라야 한 서민층에겐 만만찮은 부담이 됐다.

'세뱃돈의 진화' 소식도 들린다. 현금 대신 상품권이나 일정금액을 카드에 넣어 주는 '기프트 카드'에 이어 달러와 위안화 등 3~5개 국가의 지폐로 구성된 외화 세뱃돈 세트도 등장했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외화 세뱃돈 세트는 올해도 10만 세트가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소장 가치가 높은데다 외국 통화에 대한 자녀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란다.

세뱃돈이 '코 묻은 돈'에서 '쌈짓돈'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회사들은 '세뱃돈 재테크'를 권하고 있다. 펀드 가입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저축 습관을 키워주는 한편 경제관념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맡긴 세뱃돈을 생활비로 써버려 원망을 듣는 부모가 적잖은 현실에서 금융회사의 이 권유는 시의 적절하다. 세뱃돈은 아이들에겐 불로소득이나 '부모가 대신 지불한 비용'이다. 따라서 단순한 橫材(횡재)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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