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거래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우리의 우물이 말랐기 때문이다. 격정의 스탬에 시간을 보태고, 더 나아가 그것이 익어 향기로워질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우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성취가 이내 일어나지 않더라도 고독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사랑하는 이가 생긴다면 서둘지 말고 미래에 네 보금자리가 될 집의 벽재를 짊어져 사랑하는 그 곁에 가만히 놓아두고 기다려 보거라 사랑하는 그가 그 벽재에 아름다운 창을 뚫어놓을 때까지."
『맘 먹은 대로 살아요』(박범신 지음/생각의 나무/247쪽/1만원)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되어질 그런 사람, 설사 둘이 어찌어찌한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든, 서로에게 권태로워져 이별을 하든, 마음이 바뀌어서 이별을 하든, 그럴 때 정말 잘 헤어져 줄 사람인지 말이야."
『네가 어떤 삶은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256쪽/1만2천원)
두 책은 닮아 있다. 두 작가가 작가 이전에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딸에게 보내는 한없이 따뜻한 메시지는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이 세상의 모든 이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편지이다. 세상은 말한다. 사랑이라고, 사랑뿐이라고. 하지만 세류의 사랑은 얼마나 누추한가? 삶의 조건을 말하고, 삶의 무게를 가늠하며 서로에게 벽을 쌓으며 오로지 이해관계에 더듬이를 곤두세우지 않던가? 해서 우리는 젊은 날 얼마나 사랑앓이에 아파하고 힘들어했던가? 누군가가 있어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말해 줄 사람이 있었다면 행여 사랑을 잃고 삶이 그저 슬픔을 견디는 것이라고 체념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작가는 딸들에게 나도 아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아픔이 진정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고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면 끌어안으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후회하지 않을 것이므로, 젊음은 서투르고 지극히 감상적이다. 그러나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해서 사랑은 그것이 개인적이든 세상에 대한 것이든 젊음이 가지는 이상이다. 비록 그것이 위태롭고 나약한 것이라 할지라도….
아파트 화단에 활짝 핀 하얀 목련이 봄비에 다 져버렸다. 목련이 지고 봄은 또 이렇게 소리없이 가지만 서러움이여 살아가는 힘은 진정 사랑이 아니던가?
전태흥(여행작가·(주)미래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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