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를 보자] 나의 그리스식 웨딩

문화는 상대적이다.

너보다 낫다는 그 어떤 절대적인 가치도 없고, 우월성을 주장할 어떤 명분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타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 서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 모델이 될 좋은 영화가 한 편 있다. 조엘 즈윅 감독의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다. 이 영화는 500만달러의 초저예산 영화다. 그러나 미국에서만 2억4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흥행 초대박이다. 흥행 덕분에 미국 CBS 방송에서 동명의 시트콤을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준 영화다.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그리스 가정이 있다. 아버지는 이 세상 모든 말이 그리스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어 기모노까지 그리스어라고 우기는 대단한 문화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집안의 딸이 시집을 못 가고 있다. 커다란 잠자리 안경에 '완벽 촌티 패션'을 자랑하는 툴라(니아 바르톨로스)는 서른살이 되도록 연애 경험 한번 없는 집안의 골칫거리. 가업으로 내려오는 레스토랑 '댄싱 조르바'의 매니저 겸 웨이트리스 겸 잡일을 도맡아 하지만 가족들 누구도 그녀의 수고를 알아주는 이 없고, 아버지는 하루라도 빨리 그리스인 신랑감을 구하러 직접 그리스에 가라고 성화다.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 그리스 아이들을 낳고, 그리스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그리스 여자의 미덕인 사회. 그런 딸이 신랑감이라고 데려온 것이 미국청년 이안(존 코베트)이다. 과연 이들의 결혼은 성공할 것인가.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할리우드 명배우 톰 행크스 부부가 제작한 영화다. 행크스의 부인 리타 윌슨은 그리스인이다. 그녀는 그리스식 결혼을 둘러싼 온가족의 유쾌한 해프닝을 다룬 니아 바르달로스의 자전적인 쇼를 보고 이것을 남편에게 소개했다. 바로 자신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가진 톰 행크스는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기획에 들어간다. 톰 행크스가 주축이 된 제작사는 무명 배우인 니아의 재능을 믿고 시나리오뿐 아니라 직접 주연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집안에 잔치가 생기면 모두가 모여 왁자지껄하게 축하하는 그리스식과 단출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미국식이 만나는 문화 충돌을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집은 오렌지, 신랑 집은 사과라고 해석하는 그리스 장인어른의 피로연장에서의 연설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달라도 "우리는 결국 과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여유 있는 자세로 수용하는 것이 바로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아닐까.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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