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인선 유방환우연 대구경북 지회장

"'마음의 병 유방암' 소통으로 극복해야죠"

"유방암 환우들은 다른 암에 비해 우울증을 앓은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병을 숨기는 과정에서 세상과 소통되지 못해 스스로가 만든 외딴섬에 갇히는 거죠."

김인선(51·여) 한국유방환우연합회 대구·경북 지회장은 유방암 환자들의 연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의 자존감과 엄마, 아내, 주부의 역할마저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유방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마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그녀는 8년 전인 2000년 12월, 유방 환우들의 자조 모임인 '소명회'를 만들었다. 목욕탕을 통째로 빌려 서로의 신체를 씻으며 상처를 보듬었고, 자선 바자회로 생긴 수익금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환우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소명회에 가입된 회원만 600여명에 이른다. 소명회를 통해 이어진 끈은 밟아도 밟아도 다시 자라는 질경이마냥 이들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뚜렷한 한계도 존재했다. 매달 모여 서로 위안받고 정보를 교환할 뿐 쉴 수 있는 공간도, 전문적인 의료 지식을 전수하는 역할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유방암 수술을 받은 새로운 환우들과의 접촉이 불가능했다. 홍보를 해야 했지만 인력도 자본도 없었다. 그러던 중 경북대병원 앞 두산약국 김계남 약사가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종일 기다려야 하는 유방암 환우들이 갈 곳이 없어 약국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무상으로 마련해 준 것. 회원들이 십시일반 내는 월회비로 꾸려졌던 소명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좋은 기회였다.

이에 김 회장은 오는 22일 경북대학병원 응급실 맞은 편 두산약국 건물 2층(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유방암 환우들을 위한 쉼터' 개소식을 가진다. 쉼터엔 항암치료를 기다리며 누워 쉴 수 있는 이부자리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각종 살림살이가 들어온다. 김 회장은 쉼터 개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후원회도 발족하고 전문의도 초빙해 유방암 환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겁니다." 소통으로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병이자 신체의 병인 유방암. '소명회'는 절망이란 사막 한가운데 존재한 오아시스같은 모임이었다. 소명회=http://cafe.daum.net/Mrsfree(질경이들의 모임).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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