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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를 보자]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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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늘 어머니가 있었다.

살포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면 어머니는 호롱불 앞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다림질을 하고 있었고, 어떤 날은 감자를 깎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는 내가 깨어날 줄 알고 기다린 듯 보였다. 깜깜한 밤, 호롱불에 비친 어머니의 얼굴은 그렇게 따뜻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제 여든 둘의 연세, 기자의 어머니는 지금도 늘 그렇게 계신다. 마치 불사조처럼 말이다.

환갑을 지낸 하명중(62) 감독이 보고 싶었던 어머니도 그랬을까. 이번 주 안방극장에 그의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년)가 방송된다. 다음 주 8일 어버이날을 위한 특선영화다. 이 영화는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뉴타운 건설로 곧 폭파될 건물에 한 남자가 침입한다. CCTV에 잡혀 뉴스에 나온 이 남자는 노(老) 작가 최호(하명중). 그는 무슨 연유로 폭파 직전의 이 철거지구에 들어갔을까. 그가 안고 있는 보따리에는 과연 무슨 귀중품이 들어있을까.

늙은 아들은 허물어질 벽을 쓰다듬으며 어머니(한혜숙)를 그리워한다. 뒤늦은 후회로 그의 눈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힌다.

어머니는 밀전병을 구울 때도 예쁜 꽃을 올려놓고 집안에서도 항상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편도 없이 혼자 하숙을 치며 자식 셋을 다 키워내는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막내아들 호에게 어머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첫 사랑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최호(하상원)는 신춘문예에 등단해 작가로 데뷔한다. 아들이 작가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어머니. 맏딸과 큰 아들이 집을 떠난 뒤에도 막내아들 호는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영원히 애틋할 것 같던 막내아들 호가 어느 날 어머니 곁을 떠나서 혼자서 살겠다고 하는데··· .

어머니, 과연 지워질 수 있는 기억인가. 30년 넘게 등지고 살아온 모자의 애틋한 사연도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것들이다.

'화분' '최후의 증인' 등에 출연한 70년대 대표적인 남자배우 하명중. 1980년대 요절한 형 하길종의 유언에 따라 '땡볕' '태 등을 만들며 감독으로 변신해 주목 받았다. 1990년 '혼자 도는 바람개비' 이후 1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순수 제작비 15억원을 들인 저 예산 영화. 지난해 9월 추석에 맞춰 개봉했으나 개봉관도 많이 잡지 못하고 조용히 내렸던 영화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누구보다 컸던 그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어머니, 정말 죽어도 죽지 않는 이름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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