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7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쇠고기 청문회'에서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농업 발전과 국민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은 이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으며 통상 마찰이 발생해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잇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중단조치를 내리겠다며 밝히고 나서자 정 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청문회에서 내놓았다.
그러나 정 장관은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이나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 불가 입장은 여전히 고수했다.
정 장관은 광우병 발생 우려와 관련해서도 "광우병은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발생 안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금지된) 1997년 5월 이후 10년간 광우병에 걸린 소가 한마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수입이 되더라도 통제만 받는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쇠고기 협상이 '대미 퍼주기' 협상이었다는 통합민주당 한광원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일방적으로 퍼주지 않았고, 결국 국익을 위한 협상이었다"고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통상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정 장관이 재협상불가입장을 접고, 급선회한 것은 사실상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에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날 청문회는 야당의원들의 정부 측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형국이었다.
농림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이와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질의에 "국내적으로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해 (이 대통령이) 특별한 정무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고 거기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는 국제규범에서 보면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99% 안전하다는 발견이 나왔으며 나머지 1%도 못 믿겠다고 해서 동물성 사료금지 등 강화조치가 나왔다"면서 "합리적인 근거를 두고 논란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로 이미 30년이 지났다"면서 "수입중단 전인 2003년에는 40%가 미국산 쇠고기였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반면 참여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낸 통합민주당 박홍수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는 국민 건강과 농어민 소득에 관한 문제를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풀어 나갔다"면서 "졸속이라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고 (이번 협상은) 많은 부분 미흡한 것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참여정부에서 협상의 일관된 원칙은 미국이 강화된 금지사료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과 광우병 발생시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 등이었다"면서 "현 정부에서 (쇠고기 협상을) 설거지한다고 하는데 대단히 적절치 못한 지적"이라고 밝혔다.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 24일 국무총리가 참여한 회의에서 쇠고기 협상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당시 30개월 미만인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을 (미국이) 받겠다고 하면 (협상)하고 아니면 나가지 말라는 게 노 전 대통령의 결론이었다"고도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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