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오후 두 시/문희숙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대낮에 누가

맥주통을 엎질렀다

그림자 길게 누인

노곤한 가로수 아래

시간의 누런 거품들이

하수구로 흘러내리고

방치된 가건물 한 채

쑥대밭에 퍼질러 앉아

먼지 낀 콧구멍을

나팔처럼 열고 있다

도시는 낮안개 속에서

물렁물렁한

관이다

대낮의 도시 풍경입니다. 가라앉는다 생각하면 속절없이 가라앉고, 떠다닌다 생각하면 또 하염없이 떠다니는 도시. 그런 도시에 방치된 회색 인간들. 떼지어 살면서도 다들 혼자서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땅속과 땅위를 바삐 들락거리지요.

대낮부터 맥주통을 엎지른 채 가로수도 골목도 술기운에 젖었군요. 시간의 누런 거품이나 먼지 낀 콧구멍이 그런 노곤한 생존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도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공간이지만, 그 이면을 바라보는 화자의 표정엔 사뭇 냉소가 번집니다.

시인은 의식의 지층이 참 견고해서 사물을 다잡는 시선이 매우 독특합니다. 피상을 좇는 발상을 과감히 걷어내는 신선한 비유. 그것이 이미지의 낯선 충격을 동반합니다. '도시는 낮안개 속에서/물렁물렁한/관이다' - 이 작품의 종장은 그 하나의 단초. 시조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김인호 산림청장을 직권면직했고, 청와대는 고위직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21일 오후 1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인 신 의장은 서울 신촌 세...
전북 김제에서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으로 잘못 판단된 사건으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고, 소방관들은 경징계에 그쳤다. 한편, 거제에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