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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를 보자] 영화소년 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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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영화를 '띠에닝'이라고 한다.

한자로 쓰면 '전영(電影)'이다. 전기 그림자라는 뜻이다. '영화소년 샤오핑'(2004년)의 원제가 영화라는 보통명사 '띠에닝(電影):Electric Shadows'이라고 한 것은 이 작품이 '중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중국영화에 띄우는 헌화 같은 영화다. 영화 속 영화, 곧 액자형식을 띠고 있다. 과거 중국인들이 사랑했던 배우와 영화들이 영화 속 야외 스크린에 투영되면서 추억과 과거의 영화(榮華)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생수배달을 하는 마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3, 4일치 급료로 영화를 보는 것이 행복이다. 퇴근 후 혼자 극장을 찾아 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은 그에게 전부이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가던 마오는 골목에 쌓아 둔 벽돌더미에 부딪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다. 아픈 몸을 가누며 일어나려는 순간, 난생 처음 보는 여자가 나타나 아무 말도 없이 벽돌로 머리를 내리친다. 마오는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니 병원이다. 정신을 차리고 경찰서로 가지만 여자는 경찰에게도 마오에게도 굳게 입을 다물고 눈물만 흘릴 뿐이다. 여자는 사과는커녕 자신은 철창신세를 져야 하니 자기 집으로 가서 어항의 금붕어 먹이를 주라고 부탁한다. 어이가 없었지만 거절하지 못한다.

그녀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오는 입이 떡 벌어진다. 마치 영화 박물관처럼 그녀의 집은 온통 영화와 관련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비밀스런 노트를 보게 된다.

일기장에는 과거 중국의 문화혁명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야외극장에서 태어나 여배우를 꿈꾸는 링링과 어느 날 갑자기 요상한 망원경을 목에 걸고 나타난 샤오핑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둘은 곧 '영화'를 매개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었고 영화와 함께 꿈을 꾼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핑의 아버지는 샤오핑을 먼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데··· .

이 영화는 각종 국제 영화제를 순회하면서 중국어판 '시네마 천국'으로 비유되곤 한다. '시네마 천국'처럼 영화를 주요 소재로 어린 소년이 나와 이야기를 끌어간다. 영화에 대한 추억과 영화로 꾸는 꿈의 정서도 '시네마천국'과 흡사하다.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토르나토레처럼 중국 감독 샤오 지앙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끼게 한다. 그는 극중 링링과 같은 해인 1972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다. 영화도 드물었고 그나마 대부분 정치와 혁명에 관한 영화였지만 전기장치에 의해 흰 스크린에 투영된 그림자는 그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과학적 호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가 걸어온 길은 비슷하다. 중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린 시절 가설극장을 보며 자란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추억을 자극하는 영화로 KBS1TV 19일 0시50분에 방송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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