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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첫사랑에게 못쓴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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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여고를 졸업해 갓스물이었던 1976년 5월.

보리밭에는 푸른 보리이삭이 출렁이고 모내기를 한 논의 어린 모들이 바람결에 가녀린 잎들을 살랑거리며 감나무 밑에는 감꽃이 떨어져 있었다.

소쿠리 가득 상추를 뽑아 마당에서 다듬던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뒤를 돌아보다가 심장이 멎을 것처럼 첫눈에 반한 사랑을 만난 것이다.

대문 앞에는 푸른 군복을 입은, 키가 큰 군인이 나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그를 바라보던 나는 그 사람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산에서 훈련을 받으러 왔다가 목이 말라서 수통에 물 한병을 얻으러 온 것이라고 말을 했다. 우물가에서 수통에 물을 받아 가는 그를 보고 내 가슴은 얼마나 두근거리고 뛰었는지 모른다. 두어 시간 후에 그는 다시 와서 자기의 군부대 주소를 적은 메모를 동생에게 주고 갔고 나는 메모를 받아들고 한참을 고민하다 편지를 썼다.

내 마음이 들킬 것 같아 밤에 쓴 편지를 아침이면 찢어 버리고 망설이다 큰마음 먹고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올까 마루 끝에서 발꿈치를 들고 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느 날 푸른 들길을 걷다가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주고 간 편지에 가슴 두근거리며 봉투를 뜯었고 편지지 속에는 무궁화 꽃잎을 잘 말려서 넣어두었다. 편지의 서두에는 큰 글씨로 이렇게 '영원한 내 친구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그날처럼 행복한 날이 있었을까.

그러나 나는 그 아름다운 첫사랑을 놓치고 말았다. 아마도 내 마음의 진실을 답장에 적을 수가 없어서 표현을 하지 못해서 그러하리라.

김순호(김천시 성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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