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식을 깬 '공중공원' 日오사카 도심 재창조

[동성로에서 길을 묻다] ⑧선진도시에서 배운다-오사카

▲ 남바파크 전경(조감도)
▲ 남바파크 전경(조감도)

오사카는 대구와 많이 닮았다. 오사카인의 화끈한 기질이 경상도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하고, 슬로건도 '창조도시'이다. 로봇과 IT(정보기술), 건강산업, 지식비즈니스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똑같다.

도시재생사업의 첫번째 목표가 '경제활성화'이고, 두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다. 상주인구를 확대하고,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문화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닮아 있다.

오사카 남쪽의 중심인 남바파크는 전통적 식도락가이자 환락가인 도톤보리를 지척에 두고 있으며, 쇼핑과 위락공간인 덴이치마에도리 및 간사이 최대 전자상가 텐텐타운과 나란히 위치해 있다. 남바파크는 대구의 '국채보상공원'과 '2·28기념공원' '수창공원 부지(옛 전매청 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수년 전 대구시는 수창공원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건물(사실상 아파트)을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당초 계획대로 시민들을 위한 공원을 만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시 재정은 공원부지를 사들일 만한 형편이 못됐고, 해답 없는 평행선 주장만 되풀이하다 흐지부지돼 버렸다. 쇠락한 주위 환경개선을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함께 묻혀버렸다.

남바파크는 '공원'에 대한 기존 관념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남바파크(2003년 10월 1단계 완공)는 대지면적 3만7천179㎡(1만1천266평), 건축면적 2만8천㎡(8천484평), 연면적 29만7천㎡(9만평)의 최고 30층 규모 복합건물이다. 용도 폐기된 오사카종합경기장 부지에 지어진 남바파크는 1~8층에는 쇼핑시설을 넣고 8층부터 9층 옥상으로 이어지는 공중정원(면적 1만1천㎡)을 만들었다. 9~30층은 오피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바파크에는 또 다카시마야 백화점이 조성한 전문쇼핑가 '티-테라스'와 11개 스크린을 갖춘 오사카 최대 영화관이 들어섰다.(2007년 4월 2단계 완공) 1층에는 세계적인 장난감 전문점이 위치해 있다.

쇼핑하고 먹고 일하고 즐기고 배우고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사람' '도시'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상업공간을 지향한 남바파크는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록본기힐즈와 후쿠오카 캐널시티를 설계한 존 자디(John Jerde)의 작품인 남바파크의 디자인 모티브는 '시간의 기억'. 먼 옛날 석호지였던 땅의 기억을 단구(段丘) 형태로 펼쳐낸 풍부한 녹지는 번잡한 도심지에 녹색의 놀라움과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그랜드 캐니언을 이미지화한 캐니언 스트리트가 남북을 관통하며 남바 재개발지구 전체(100만㎡)를 연결하는 중심회랑 역할을 하고 있다. 200m 길이의 이 공간은 각종 문화행사와 이벤트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사카시 도시재생진흥부 다나카 과장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형극 '분나쿠'와 '오하라이(만담)'의 발상지가 바로 오사카"라면서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2000년 초부터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남바파크의 또 다른 매력은 이 공간이 철저하게 친환경적으로 건설됐다는 점이다. 옥상에 숲을 만들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특수 경량 흙을 개발했고, 쉽게 마르기 쉬운 도심 고층 옥상이라는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배수용 기재도 새로 개발했다. 나무를 깊이 심고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고안했다. 이 밖에도 자동취수시스템, 통풍시스템, 경사지 녹화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자연순환'과 '생태계 회복'이라는 명제에도 충실했다. 음식점 등에서 배출하는 하수를 1차 처리해 화장실 정화수나 공원에 재이용하도록 함으로써 하수처리시설 부담을 줄였다. 토목공사 중에 나온 푸석푸석한 황토색 바닷모래와 많은 양의 조개 껍데기는 모아 두었다가 산책로를 포장하는 데 재활용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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