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직녀는 베짜기를 게을리 했다. 옷감에다 별자리며 태양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짜놓는 일에도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목동 견우와 결혼하고 난 뒤부터다. 결국 할아비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샀다. 몇 차례 주의 조치에도 시정되지 않자 상제는 이들을 분리시키기로 결심한다. 견우는 성을 나가 은하수를 건너되 1년에 한 번, 7월 칠석날만 만나도록 했다.
견우성. 여름 하늘 한가운데 있는 1등성으로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져 있다. (1광년은 대략 9조5천억km.) 은하수 건너 동쪽에서 마주 보고 있는 직녀성. 견우성보다 더 멀리 25광년 떨어져 있는, 그러나 더 밝은 청백색의 0등성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에 화성에도 물이 있다는 사실을 '탐사로봇 피닉스가 화성 표면에서 직접 검출했다'며 발표했다. 화성 까지는 2억km나 되며 현재의 우주선으로도 2개월이 걸린다.
이 별들에 비하면 달 까지는 고작 38만4천400km. 닐 암스트롱 일행이 탄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것이 39년 전인 1969년이다. 그런데 이제야 우리도 달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달 표면에 최대 8개의 과학기지를 건설하려는 NASA의 공동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도 참여하게 됐다고 NASA가 지난달 29일 공식 발표했다. 2013년부터 달 표면에 과학기지를 단계적으로 설치한다는 '국제 달 탐사 네트워크(ILN)'에 일본 등 8개국과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올해에야 우주인을 배출하고 5년 뒤에야 달 탐사에 참여하는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경쟁에서도 미국과는 견우성과 직녀성만큼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한국과 미국 간에는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양국 정상은 21세기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좀 거창하고 그럴듯한 이름으로 한미동맹을 굳혀 나가기로 했다. 양국 간 거리를 한 눈에 들어오는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처럼 당길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실제 거리는 엄청 먼 것이 어디 한미 간 뿐이겠나.
그러고 보면 참으로 멀고도 먼 직녀성이다. 7일은 칠석. 그동안 먹고 산다고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별자리를 찾아 봐야지. 그리고 인간의 크기도 가늠해 보는 거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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