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마을서 독립지사 25명…구국정신 배우자

▲ 독립운동가 향산 이만도 선생의 후손인 이동석(왼쪽)씨가 하계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독립운동 기적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독립운동가 향산 이만도 선생의 후손인 이동석(왼쪽)씨가 하계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독립운동 기적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3대에 걸친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모두 25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안동시 도산면 퇴계리 하계마을. 안동댐에 대부분 수몰됐지만 마을 옛터 언저리에 세운 '하계마을 독립운동 기적비'에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열들의 구국 얼을 배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마을은 진성 이씨 하계파가 450여년을 살아 온 곳으로 일제의 국권 침탈에 온몸으로 항거해 온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다. 1895년 향산 이만도 선생과 동은 이중언 선생은 선성(宣城·예안)의병에 나섰다가 나라가 망하자 '단식'으로 순결했다. 이 사건은 하계마을 젊은이들이 구국의 고단하고 험난한 길을 자처하며 분연히 떨쳐 일어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예안과 도산면 3·1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이동봉·김락(향산의 며느리)·이비호·이기호·이용호·이극호·이호준 선생과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을 청원하는 글을 보낸 유림단의거(파리장서운동)를 주도했던 이중업(향산의 아들) 선생이 이 마을 출신이다.

또 1915년 조직된 대한광복회와 1925년 2차 유림단의거에 관여, 군자금 모금활동을 폈던 이동흠·이종흠(이중업·김락의 아들) 형제,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벌이며 경학사와 흥업단 조직에 나섰던 이원일 선생, 창씨개명에 반대해 자결한 이현구 선생 등 숱한 독립운동가들도 이 마을이 낳은 인물들이다.

특히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안동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집안이었던 향산가(家)에는 아들·며느리와 손자 형제 등 모두 5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되기도 했다. 김락 선생은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일경에 붙잡혀 모진 고문으로 실명한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로 유명하다.

14일 건국 60주년과 광복 63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하계마을 기적비 앞에는 주민들이 꽂아놓은 태극기가 유난히 선연한 가운데 이들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과 호국의 얼을 받들고 배우기 위한 발길이 줄을 이었다.

향산의 후손인 이동석(65·전 북부지역도청유치주민연합 수석간사)씨는 "순국 선열들은 죽음으로써 나라 잃은 스스로의 책임을 물었다"며 "그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갈수록 노골화돼 가는 일본의 독도망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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