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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권과 언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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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공영방송 수장 임명/독립된 '국민의 방송'은 요원

지난 노무현 정권은 신문매체와 끈임 없이 대립을 벌였다. 그러는 동안 방송매체가 약간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방송사들이 누려온 자유는 가끔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過(과)하기도 했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기치 아래 한국 사회의 불합리와 무질서를 확대재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 조직의 비윤리성과 무책임성에 대해서도 자각하지 못하였거나 애써 외면하였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내세우며 등장한 새로운 정권에 방송은 우선적인 개혁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용주의적 측면에서도 허점투성이였다. 특히 촛불집회를 경험하면서 방송매체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정권의 예민함은 극에 달했고 어떤 형태로든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왜곡 보도 수사, 방송사 PD들의 금품수수 수사, YTN 사장의 무리한 임명 등의 사건에서 정권의 이런 의도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마 드물 것이다.

어쨌든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대립적인 시각의 골은 너무 깊다. 또 정부와 방송사 간의 갈등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방송 정책과 제도의 未完(미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KBS 사장 해임은 한국 공영방송이 얼마나 외부환경으로부터 취약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절차의 문제가 그렇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KBS 이사회의 사장 해임 권고가 결정되고 대통령의 즉각적인 재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KBS 사장 정연주에 대한 해임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공영방송사의 독립성이 존중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사건을 정치쟁점화 시켰을 뿐 공영방송 首長(수장)이 결격 사유를 안고 있는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방해하거나 지연시켰다.

正義(정의)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권이 들어선 후 과거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압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설령 이것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새 정권의 인사실패 및 국정의 난맥을 경험한 국민들은 결국 자기인물 위주의 인사정책이라는 불신을 갖게 되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善(선)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방송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다음 조직 및 인사 정책을 단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방송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이 정부의 방송사 길들이기라는 관점에서 통제 내지는 억압의 기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각 개별 사안의 의미가 희석될 뿐만 아니라 사안마다의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데도 실패하게 된다. 일례로 정연주 KBS 전 사장의 자질 문제와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지니는 문제점은 별개의 것이다. 정 전 사장의 무능력과 비리는 객관적 조사를 통하여 사실을 밝혀야만 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 하에 감사를 진행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는 감춰지고 방송장악 기도라는 구도가 도드라지게 되었다. 또 MBC PD 수첩의 경우에도 언론매체로서의 윤리성 문제와 촛불집회 확산은 별개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하여 우리 사회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혐의를 MBC PD 수첩에 씌울 수 있긴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촛불집회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마치 정권초기의 위기가 PD수첩 측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사건을 몰고 가는 경우 한국 사회의 저널리즘 윤리성에 대한 성찰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수장을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구조 하에서 공영방송은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독립적일 수 없으며 '국민의 방송'이 된다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새로운 정책과 제도의 지향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며 私(사)적 주체들의 목적적 동기가 개입되는 경우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창우 계명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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