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율지/이동백

길을 넘보며 물수제비뜬다

이별과 만남 휘이휘이 돌아나와

거친 들 적시는지

밑바닥 핥으며 살아가는 강

어깨 平平(평평),

자맥질하던 해오라기 돌아가고

닿은 곳마다 마음이 깊어

모래톱과 주고받는 이야기 끝이 없다

종일 귀 기울여도 한마디 읽지 못해

저녁이면 쑤셔오는,

어디 닿을 데 없는

내 손바닥의 가는 길

다시 갈라서고

율지, 저도 답답한지

자꾸 뒤돌아보며 저문다

낙동강이 고령의 회천과 만나는 두물머리가 율지. 율지 건너편에 객기가 있다. 'ㄹ'의 부드러운 음감이 휘감은 여성적인 지명이 율지라면, 'ㄱ'의 각진 성조가 벼랑처럼 우뚝한 지명이 객기. 지형 또한 절벽과 넓은 벌이 짝을 이루어 기막히게 음양의 조화를 이룬 곳.

차편도 마땅찮은 그곳을 화자는 무슨 사연으로 찾아갔을꼬. 설마 물수제비뜨기 위해서는 아닐 터이고, 밑바닥 핥으며 살아가는 강의 생리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화자 또한 '저녁이면 쑤셔오는' 마음의 통증 때문에 삶의 밑바닥 기고 있었던 게 아닌가.

종일 귀 기울여도 강의 말씀 한마디 알아들을 수 없지만, 바닥은 울퉁불퉁 높낮이가 있어도 눈에 보이는 강의 어깨는 오직 '平平(평평)'할 뿐이라는 사실. 사람마다 남 보기에 멀쩡한 표정이어도 그 속에 얼마나 무거운 돌멩이가 굴러다니고 있을까. 이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

그러니 율지여, 그만 답답해하지 말고 가던 길 그대로 저물어가시라. 손바닥 손금 따라 나 또한 내 몫의 삶을 살아가리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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