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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대변인 자격없는 차명진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이다. 그의 말은 당의 공식입장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달 28일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경기도를 지역구(부천 소사)로 둔 국회의원으로서의 입장 표명이라면 모를까 당 수석대변인으로서 민감한 사안인 수도권투자 허용문제에 대해 당의 사견을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출신성분'상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해 입을 열어야 하는 처지다. 그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보좌관 출신으로 김 지사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최측근 인사이다. 김 지사를 대리해 나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변인직을 당장 물러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가벼운 언행과 짙은 계파색채 때문에 눈총을 받아왔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김성조 의원이 정부의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반발하자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이 야당의원들과 함께 공조를 취해서는 안 된다. 당직을 그만두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차대변인에게는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해진다. 김 의원에게 한 것과 같이 '당직을 그만두고 그렇게 하라'고 할까?.

당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조차 오는 8일로 예정된 정부의 지방종합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 당 대변인이 앞장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당내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그는 "법안 발의를 늦추겠다. 지역구의원으로서 지역구의 민원을 의식한 일상적인 의정활동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당내에서는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법안 발의 방침을 밝혔고, 반발이 일자 곧바로 말을 뒤집는 것은 대변인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차 대변인은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수도권 의원조차 자신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아예 이 참에 대변인직을 물러나는 것이 나라와 한나라당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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