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와 환율급등으로 공연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잇따라 취소, 무산되고 있다. 또 국립발레단과 대형 뮤지컬 등 관람료 10만원이 넘는 1천석 이상의 대형공연은 승승장구하는 한편 저예산 공연은 외면받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오는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됐던 미국의 한 실내악단 공연이 지난달 중순 돌연 취소됐다. 환율이 1달러에 1천600원을 육박하자 출연료와 항공료에 부담을 느낀 기획사 측에서 공연을 무산시킨 것이다. 공연이 없는 날 역시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체결된 상태여서 비용 부담은 최초 예산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담당 여상법 학예연구사는 "정상급 실력의 실내악단 공연이지만 감당 불가능한 공연 예산 때문에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내년에 기획된 오케스트라 공연도 현재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프랑스의 한 오케스트라를 초청, 공연에 나섰던 대구시립예술단 사업본부는 2배 가까이 올라버린 유로화 부담 때문에 공연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단원 75명의 항공료와 출연료, 숙박 등의 부대비가 이미 한계비용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업단 한 관계자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타 지방 문화예술회관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나친 예산 부담으로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내한 공연 취소 사태와 더불어 공연시장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계약 당시 확정환율로 출연료와 항공료를 책정한 수성아트피아는 프랑스의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공연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이미 매진에 성공했고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역시 공연을 2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65%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대 입장료 7만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최대 12만원을 호가하는 '맘마미아' 역시 매회 85%의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4일 현재 예매 관객 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소규모 공연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연 성수기인 12월이지만 1만원대 공연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뜸한 상태다. 경북의 한 문화예술회관은 10월 말부터 홍보작업에 돌입했지만 공연을 일주일 앞둔 현재까지 객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같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자 몇몇 대형공연장에선 유료공연을 공동주최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은 마케팅 비용과 출연료를 줄이기 위해 자체기획 유료공연마저 기획사와 공동주최하고 있다. 대관료만 받고 출연료는 공연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단 수익이 났을 경우 공연제작 기여도에 따라 나눠 갖도록 했다. 공연장과 연주단 모두가 발로 뛰면서 표를 팔아야 하는 구조다.
산발적으로 난립된 대구 공연장의 특징 없는 운영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연기획자들조차도 특색 없는 공연장의 객석 과잉 문제를 꼬집고 나섰다. 대구엔 1천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 9개와 중·소형 공연장을 합치면 총 40개의 공연장이 들어선 상태다. 대형공연장 객석만 계산해도 1만3천907석에 달한다. 민간 공연장의 한 기획자는 "민간 기업체 같으면 이미 구조조정으로 사라졌을 공연장이 시 예산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관객층 분석과 더불어 공연장 특색을 찾지 못한다면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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