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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무인기·대북방송 바보짓…北 쫓아가서라도 말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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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현재 남북관계를 "언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중동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가 매우 적대적·대결적 양상으로 변했으며, 초보적 신뢰조차 없이 (북한은) 아주 극단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 3중 철조망을 설치하는 북한의 움직임을 예로 들며 "6·25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이라며 "경계를 넘었다며 경고사격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나 모든 연결선이 끊겨 우발적 충돌이 벌어져도 해결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철천지원수'로 남북관계를 규정하면서 대화와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며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사이에서도 비상연락망이나 핫라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손으로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악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남북은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문제에 대해 "90세가 넘은 이들이 자기 고향 북한으로 가겠다는 것을 뭐 하러 막겠느냐. 잡아놓으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송환 허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그런 노력에도 북한이 반응조차 없다"고 말했다.

남북 간 신뢰 붕괴의 원인으로는 과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접근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 같은 얘기를 왜 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정치인들이 책임도 못 질 얘기를 쓸데없이 하면서 갈등만 격해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거론하며 "갑자기 통일을 얘기하면서 '대박' 이런 얘기를 하니까 북한이 '(남한에서) 쳐들어오는 것 아니냐'면서 철조망을 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히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약을 올리니 (북한이) 얼마나 긴장하겠느냐"며 "대북방송은 쓸데없이 왜 하나. 서로 방송하고 서로 괴로워하는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업보를 쌓은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 간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은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자꾸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며 "'군사분계선이 불명확해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 대화해서 선을 긋자'는 제안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선의를 전하고 노력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흡수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며 "먼저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 공존을 이루고 그다음에 (통일을)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간담회 중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라며 "선제적으로 우리가 훈련 규모 축소나 연기를 검토하자는 주장도 일부에서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훈련을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가급적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싸울 필요 없는 평화 체제'가 되면 그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돈이 드는 합동군사훈련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훈련 축소나 연기는) 평화 체제 구축의 결과가 될 수도,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며 "당장 어느 쪽이 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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