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프로야구계가 뒤숭숭하다. 내년 초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선임과 히어로즈 좌완 투수 장원삼의 현금 트레이드 등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더니 이번에는 현역 선수들이 '불법 인터넷 도박'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8시즌이 막을 내린 뒤 파문의 첫 신호탄은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을 둔 갈등.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과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한 뒤 이 자리를 떠맡게 된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은 나머지 구단 감독들에게 코치로 참가하길 바랐지만 다들 발을 빼는 바람에 코칭스태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터진 문제가 장원삼의 현금 트레이드. 삼성 라이온즈는 투수 박성훈에 현금 30억원을 더해 히어로즈의 장원삼과 바꿨으나 나머지 구단들이 히어로즈 선수의 현금 트레이드는 안 된다며 반발, 파문이 커졌다. 삼성과 히어로즈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나머지 구단 편에 서서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FA(자유계약 선수) 계약 등 각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서 이번에는 '불법 인터넷 도박' 문제가 불어져 프로야구계 전체가 또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수사선상에 오른 선수 중 억대 이상을 도박업자에게 송금한 선수 위주로 소환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이는 검찰은 이들의 처벌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데는 인터넷 도박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일 뿐 아니라 독특한 생활 방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도박은 전화번호, 통장번호 등만 알려주고 계좌를 만들면 돈을 입금한 뒤 바로 컴퓨터상에서 도박을 할 수 있어 선수들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야간 경기와 원정경기가 많은 생활 특성상 경기 후 밤에 혼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인터넷을 하는 정도로 여가를 보내는 선수들 중 일부가 도박 사이트의 유혹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가장 많은 선수가 연루된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원삼 트레이드 문제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터여서 충격이 더욱 크다. 일부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고참급 선수들이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명예 훼손으로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삼성은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속 선수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삼성 관계자는 "구단이 나서서 선수들의 모든 사생활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소속 선수들인 만큼 구단 역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대외적으로 사과 표시를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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