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돈을 내고 영화를 본 영화 관람료가 15원 정도였다.
1971년경이었다. 당시 서문시장 채소가게에서 일해주고 번 50원으로 여러 편을 본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없어진 사보이극장, 진성극장, 시민극장이 그때 자주 가던 극장이었다. 변두리 재개봉관이고, 어린이요금이라 쌌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때 개봉관의 어른 요금이 120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15원은 너무 싼 편이다. 기억이 잘 못된 것인지, 아니면 당시 파격적인 가격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된 신문을 뒤져보니 70년에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만종'이 130원, 박노식 이대엽 주연의 '암흑가의 지배자'가 120원이었다. 이때 대작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오전 200원, 오후 250원으로 나와 있다. 3시간이 넘는 대작이라 비쌌던 모양이다. 오전 오후 가격이 다른 것이 흥미롭다.
대구 개봉관의 관람료가 1천원이 넘어선 것은 78년이다. 77년 12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가 800원 하더니 78년 들어서면서 오르기 시작해 그해 12월엔 1천300원까지 올랐다. 리처드 버튼의 '지옥의 특전대'가 1천 300원, '왕우의 외팔이 권왕'이 1천원 균일이었다.
당시 물가가 치솟던 때라 관람료도 많이 올랐다. 불과 3년 뒤인 81년 말에는 2천원 벽이 깨졌다. '007 문레이커'와 척 노리스의 '옥타곤'이 2천원을 받았다. 이 해 초 흥행돌풍을 일으킨 '취권'이 1천2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80년대 초는 어지러운 정세로 인해 관람료가 가히 천정부지로 오르던 때다.
이때는 영화 관람료의 종류도 아주 다양했다. 일반, 대학생, 중고, 국교로 나뉘고 조조할인에다 군경할인, 밤 12시부터 상영하는 영화에는 심야할인까지 붙었다. 심야할인은 200~300원 정도 싼 가격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친절하고 공평한 요금이었다. 지금처럼 돈 못 버는 대학생이나 돈 버는 일반인이나 똑 같지 않고 나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할인 혜택을 주었다. 거기다 영화의 러닝타임에 따라서도 달리 받았다.
86년 '아마데우스'의 관람료는 3천500원이었다. 이때 개봉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코만도'와 '007 뷰투어킬'이 3천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5% 정도 비쌌다. 90년 7월 팀 버튼의 '배트맨'과 미키 루크 주연의 '와일드 오키드'가 개봉되면서 4천원으로 인상됐다.
최근 영화 관람료가 들썩인다. 현재 7천원에서 2천원이 인상된 9천원이 거론되고 있다. 인상을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물가를 끌어와 논리를 펴고 있다. 2001년 이후 2006년까지 영화 관람료가 모두 3% 인상됐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5.7% 뛰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영화가 서민들이 즐기는 문화 관람인데,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참아달라고 한다.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영화 관람료가 싼 편이다. 요즘 웬만한 뮤지컬이나 음악연주회는 대부분 1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관람료 안 아까운 영화'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본 기억, 참 오래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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