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여태천의 시집이다. 시인은 김수영과 자신은 체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김수영 하면 떠오르는 현실, 자유, 양심이 그의 시 곳곳에서 느껴진다.
여태천 시인은 삶은 야구라고 말한다. 삶을 타율이나 방어율에 비유하여 한 수 가르치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삶은 야구 확률이고 위기의 순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처세술은 더더욱 아니다. 여태천의 야구는 타자에게도 투수에게도 속해 있지 않다. 그냥 행위다.
오후 2시 26분 54초/ 커피 물이 다시 끓지 않는 시간./ 식탁위로 찻잔을 찾으러 오는 시간./ 커피는 아주 조금 식었고/ 향이 깊어지는/ 바로 그때/ 도무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때/ 국자를 들고 우아하게 스윙을 한다.-'스윙' 중에서
8회말 관중석에 한 사내가 앉아 있다. 이 사내는 경기의 승리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헛 스윙을 휘두르는 8회말 타자를 애통해 하지도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다. 그저 맹한 눈을 한, 지구에 적응하지 못한 한 사나이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인생의 공허함을 일상의 무의미함을 드러내 보인다. 동요와 격정 집착없이 우리 삶의 비극적인 면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 담담한 시선이 이상하게도 많은 위안을 준다. 111쪽, 7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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