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이 주도하여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를 진행하였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신진작가를 발굴, 양성하고 작품발표와 국내외 교류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으로서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한국의 미술이 국제무대에 당당히 서게 되고, 국제미술시장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게 된 배경에는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한계도 있었다. 우선 창작스튜디오를 조성하는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인력 채용이나 운영비용이 적었던 점이나 미술스튜디오에 편중된 점,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제공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북부 유럽의 강소국 핀란드가 내세우는 종합예술공간인 케이블 팩토리는 수도 헬싱키에 있다. 이곳이 과거 케이블 만드는 공장이었음을 이름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이 건물은 1939년에서 1954년 사이에 지어져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곳이다. 그러나 80년대 장기불황에 따른 노키아 회사의 재정난으로 인해 몇 개의 공간이 먼저 비게 되었다. 회사는 융통성을 발휘해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싸게 임대해 주었다. 불황이 장기화되자 결국 공장을 이전해야만 했고 시 소유로 넘어갔다. 헬싱키 시는 고민에 빠졌다. 시는 학교나 건강센터 같은 복지시설을 구상했으나 650억이라는 거금을 부담하기 어려웠고 투자에 대한 성과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이곳을 창작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시는 반신반의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으므로 임시적 방편으로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임대해 주었다. 네트워크가 발달했던 예술가들은 빠른 속도로 모여들었다. 예술가들은 시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시설의 조성에 나섰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예술가들이 낸 임대료와 예술가들의 노동력으로 충당되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성향에 따라 창조적으로 공간을 꾸며나감으로써 큰 공장 내에는 작고 매력적인 수많은 아트 팩토리가 조성될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100여 개의 다양한 장르 창작실을 필두로 3개의 박물관, 9개의 갤러리, 2개의 라디오 방송국 등 350여 다양한 세입자들이 있다. 특이한 점은 시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세입자로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은 시에서 선정한 8인의 이사진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비용은 전적으로 입주자들의 임대료로 충당된다. 예술가들에 의해 창작공간으로 제안된 케이블 팩토리는 얼마 후 지역사회를 위한 종합창작문화시설로 변했고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김윤환(대구문화창조발전소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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