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제하의 골프 즐겨찾기] ④신뢰없는 레슨은 무용지물

10여 년 전 경기도 강화군의 어느 시골 연습장에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선생님과 죽기 살기로 골프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 여학생은 훗날 제주도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CJ라인브리지를 석권한 얼짱 골퍼 A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같이 골프를 배우게 된 A선수는 하루하루 골프 기량이 늘어 주니어 시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골프 재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A선수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비용이 만만찮은 골프를 계속할 수가 없게 됐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듣던 A선수의 선생님은 자기 딸처럼 A선수를 키우기로 했다.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A선수는 고등학교때부터 한국 여자투어 2부시합을 나가면서 차기년도 정규시합 시드를 따고 1부 시합에서도 미국 여자투어 CJ라인브리지 대회에 출전해 단번에 우승을 이끌어냈다. 최종라운드 18홀 마지막 우승 퍼팅을 끝내고 캐디인 선생님을 안고 펑펑 우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서로간에 신뢰가 없으면 백만불짜리 레슨을 해주어도 소용이 없고 반대로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는 눈길만 주어도 천만불짜리 레슨이 가능한 게 골프다. 선수들의 스윙 형태는 비슷하지만 똑같은 스윙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멘탈이라는 골프 심리가 작용한다. 선수가 타고난 것은 10% 미만이고 나머지는 연습을 통해 배워나가야 한다. 스윙이 좋고 연습량이 많으면 당연히 멘탈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골프 지도자의 몫이다.

구력이 2년 조금 넘은 중학교 3학년 남자 학생 A와 B가 있다. A는 스코어가 평균 70대 중반이고 B는 평균 80대 초반이다. A학생의 골프 실력이 좋을까? 라운드 내용을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치 않다. A학생은 드라이버 거리가 220m, 7번 아이언 거리 140m로 3온 1퍼트 스타일이다. 반면 B학생은 드라이버 거리 290m, 7번 아이언 거리 180m로 드라이버가 종종 OB가 나고 3퍼트도 가끔 한다. 결론적으로 A학생은 거리를 늘리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력이 떨어질 것이고 B학생은 반대로 필드 경험과 시합경험만 쌓으면 실력파 골퍼로 성장할 것이다.

여기에 부모들과 지도자의 혜안이 중요하다. 몇타 스코어에 연연하다 알맹이도 없는 골프를 위해 시간과 정열을 허비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독약이 섞인 약인 줄 알면서도 허준이 만들어준 약을 즐겁게 마신 정조의 믿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