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주인'사케'가 인기다. 사케는 겨울철에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엔 계절에 상관없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사케는 1천24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사케 수입이 시작된 1995년 국내에 들어온 일본 사케는 64t에 불과했다. 10년만에 시장규모가 25배 이상 커진 것.
이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대구경북지역 16개 점포의 주류판매 증가율을 집계한 결과, 사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0% 늘었다. 이는 와인 증가율 10.0%를 추월한 것이다. 반면 맥주는 0.1% 증가하는데 그쳤고 소주는 2.0% 감소했다.
예전엔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맛 볼 수 있었던 사케가 대중 술로 자리잡은 것은 저알콜 술을 즐기는 30대 전후의 젊은층의 선호때문. 30대 젊은층들은 소주처럼 독하지 않으면서 맥주보다 독하고 포도주나 위스키처럼 비싸지 않은 사케를 점점 더 찾는 추세다. 사케의 인기는 서울 강남지역이 주도하면서 최근 대구 동성로 일식집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사케 소비량은 국내 주류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 가능성과 앞으로의 영향 때문에 사케의 인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케에 가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종은 민속주이기 때문이다.
민속주 업체들은 사케의 약진을 일단 반기고 있다. 음주문화를 다양화시켜 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국내 술 소비는 소주와 맥주의 집중도가 워낙 크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술 출고액은 6조8천억원으로 이 중 맥주가 3조3천억원, 소주가 2조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속주는 1천200억원 정도. 민속주류업계는 맥주와 소주에 편중된 국내 술 소비자들이 사케를 접하면서 다양한 술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쌀로 만든 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민속주들은 과실주를 제외하면 모두 쌀로 만든 것. 일본 청주인 사케도 쌀로 빚은 술이다.
하지만 민속주 업체들은 사케의 인기를 마냥 반길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경주법주는 최근 사케에 대응하기 위해 신제품 '경주법주 미니'를 내놓았다. 소비자가 부담없이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도록 180㎖ 소용량이다. 기존 제품은 700㎖로 소비자가 마시기에는 부담이 됐다. 경주법주측은 소용량 출시로 명절 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주법주를 평소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법주는 곧 화랑과 같은 크기인 375㎖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화랑의 단점은 음식점 판매가격이 한병 1만~1만2천원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 경주법주측은 화랑보다는 가격을 낮춰 젊은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금복주 김석 상무는 "대구지역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뒤면 사케 유행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사케가 직접적으로 민속주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사케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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