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무너지는, 깊은 상처를 입어 보면 알게 된다. 다시 웃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웃음을 되찾기까지 6개월을 소요한 적이 있었던 것을 회상하면, 웃지 않는다는 것은 삶의 기쁨을 완전히 잃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울증이 곧 자살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며칠 전 병원을 다녀왔다. 정기 검진과 건강 홍보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특강 중에 웃음치료에 관한 프로그램이 흥미로웠다. 한 간호사가 그곳에 모인 환자와 가족들을 웃게 하려고 배우 뺨칠 만한 연기를 했다. 일명 그녀는 웃음치료사였던 것이다.
여고 시절에 성격 안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무슨 일인가로 반 학생 전원이 꿇어앉아 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옆방이 음악실이었다. 때마침 발성연습이 시작되었고,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숨가쁘게 옥타브는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벌서고 있던 우리 중의 누군가가 더 이상은 이 야릇한 긴장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킥~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그렇게 시작된 웃음은 너도나도 번져서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한 번 터진 웃음보는 제 마음을 따로 가진 듯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쯤에서 우리의 벌 받는 시간도 그만 끝냈으면 좋았으련만, 선생님이 그 일로 다시 벼락 같은 화를 내셨다. 나를 포함한 몇 친구들이 자꾸 웃는다는 죄목으로 색출되어 불려나갔고, 그 분은 신고 있던 슬리퍼까지 벗어들고, 너희가 감히 선생인 나를 모독하냐며 내려치기까지 하셨던 것이다.
가끔 그날의 멈출 수 없던 웃음뿐만이 아니라, 도무지 웃어지지가 않던 웃음 실종의 무력한 시간들, 웃음의 종류, 웃음의 모양과 신비에 대하여 생각해보곤 한다.
웃음치료사는 말했다. "박장대소, 크게 웃는 웃음 1분이 우리 생명을 이틀 더 연장시켜줍니다. 그냥 무조건 웃으세요. 혼자 길을 가다가도 휴대폰에 대고 큰 소리로 핫핫핫 그래그래 호호홋 하면서요"라고.
크게 웃을 때 내장 기능이 좋아지고, 뇌에선 통증을 줄이며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날 웃음치료사의 말을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사회적 치유가 필요한 그대를 위하여, 나도 이젠 나눔을 준비할 때가 된 것일까.
싱겁고 어색하게 시작된 웃음도 계속 웃다 보면 배가 당길 만큼 웃음이 커지고, 3분쯤 지나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웃게 된다는 기쁨의 명상 카드!
정성껏 우표를 붙여서 우편함에 넣고, 조용히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뇌어본다.
시인'화가'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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