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눈높이 맞춘 野黨像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막가파식으로 국회를 점거한 지 벌써 며칠째인가. 국회의장은 13일째 집무실을 빼앗겨 바깥으로 돌고 있고, 쟁점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 위원장들도 마찬가지며, 본회의장은 나흘째 무법천지 상태다. 이렇게 깽판 치는 모습을 눈만 뜨면 접해야 하는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몽땅 들어내어 안 보이는 곳에 내다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전에는 "자꾸 싸우기만 하면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 때문에 경찰이 의사당을 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오죽하면 그런 전화를 했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만큼 국민들이 국회에 대고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겠다고 치는 난리라면 그나마 봐줄 만도 하겠다. 지금 민주당이 국회를 마비시켜 놓는 행태가 '이념 투쟁' '정권 투쟁'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보나. 한나라당을 편들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치인 머리 꼭대기에 가 있는 게 국민의 눈치다.

국회의원이라는 잘난 신분 하나를 이유로 국회를 때려부수고도 의기양양해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번 해머로 부순 상임위 회의장 문을 철제로 바꾸어 달았다고 한다. 그건 버릇을 잘못 들이는 처사다. 박살난 그대로 두든지 고치더라도 '범인'에게 반드시 변상토록해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쳤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 돈이 들어간 의사당 기물을 박살낸 판에 또 세금을 들여 수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지나치게 옆길로 새버렸다. 막무가내로 저지른 무단 불법 폭력 무법 때문에 쟁점 법안들에 대한 타당한 異見(이견)마저 생떼로 비친다는 얘기다. 무조건 반대하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것만이 야당 노릇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철이 없어도 한참 없는 것이다. 국민을 그렇게 모르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야당상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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