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KBS 다큐멘터리 3일 '낙원에 가보셨나요?'를 봤다. 240여개 악기사들이 모인 인간적인 모습의 낙원상가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낙원상가처럼 점포들이 밀집된 지역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나 전자제품 점포가 몰려있는 용산, 동대문 패션 타운이 있고, 대구에도 들안길 식당가, 평화시장 닭똥집(모래주머니)골목 등이 있다.
'한걸음만 옮기면 똑같은 물건을 파는 가게가 붙어 있어서 장사가 잘 될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립된 지역에서 홀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는 것보다 동종의 가게가 밀집된 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가들의 지역편중현상을 경제학자들은 집적이익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집적이익은 경제행위의 공간적인 집중에 의해서 발생하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ies)를 의미한다. 즉, 같은 종류의 가게가 인접지역에 입지함으로써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쳐 뜻밖에 생겨난 잉여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집적이익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이름 자체의 '브랜드화'로 인해 홍보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패션 하면 '동대문', 대구에서는 식당 하면 '들안길'인 것처럼 지역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작용하여 별도의 홍보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둘째, 상품에 대한 정보교환이 쉽다. 밀집해 있는 상가 간에 노하우와 시장 동향, 트렌드 등을 교환함으로써 정보 획득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 있는 대부분 식당들이 소비자의 선호 경향에 발맞춰 모던한 카페처럼 꾸며진 것들이 실례가 될 수 있다.
셋째, 집적지역에 위치한 경제주체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반시설 확보와 같은 경제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받고,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공간적인 집중에 의한 집적의 이익과 비슷한 개념으로 규모의 이익이 있다. 규모의 이익은 규모의 경제에서 파생되는데, 생산량을 증가시킬수록 생산에 들어가는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규모의 이익을 연예엔터테인먼트사의 예로 생각해보자.
3일 연속 방송된 연말 가요제의 화려한 무대는 큰 화제가 되었다. 3대 방송사 가요대상이 없어진 것은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열정적인 무대 때문이었다. H.O.T., 핑클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을 지나 동방신기, 빅뱅, 샤이니, 2PM,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뉴제네레이션 아이돌 그룹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 아이돌 그룹의 특징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3개 정도의 대형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인재를 발굴하는 통찰력과 엔터테인먼트사의 기획력이 중요한데, 그 중 인재를 트레이닝하는 기획사의 노하우는 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 발굴에 들어가는 트레이닝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팀을 결성해서 2~5년의 훈련 기간을 거쳐 음반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웬만한 자금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아이돌 그룹을 키워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소형 기획사들에겐 쉽게 넘보기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탄탄한 자본력, 기획·홍보·마케팅 능력이 바탕이 되고, 트레이닝 방법이 분업화, 전문화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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