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세금도 財테크다

"적게 낼수록 이익이다"는 잘못/"어떻게 보장 받을까" 따져봐야

2009년 국가 예산은 284조5천억원이다. 예산의 부담자는 '세금을 낸 국민'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어느 계층에서 '소유'하게 할 것인가가 예산안 편성이고 이를 확정짓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이 움직인다.

어렸을 때 땅 따먹기를 해 본 일이 있다. 일정한 틀 안에서 자기 영역을 정하고 작은 돌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자기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상대방의 땅까지 먼저 뺏으면 그 땅의 주인이 되는 놀이이다. 예산 따 먹기도 땅 따먹기와 꼭 닮아 있는 듯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물론 지역구에 속한 국민 모두가 예산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의 체면을 세워 줄 '세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세금을 많이 냈더라도 지역구에 배정받은 세금이 적다면 그 지역구 국민에겐 그만큼의 혜택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

세금을 낸 사람에게 그 세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세금은 얼마든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득'이 있을 때 세금을 내고, '소득'이 없을 때 다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생활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아주 없는 사람에게는 '국가 지원'을 얘기하고 소득이 아주 많은 부자들에게는 '내던 세금도 덜 내게 한다'고 한다. '저소득 더 보장, 고소득 저 부담'이 되었음에도 국가 예산은 2008년도에 비해 무려 29조원이나 더 늘었다. 그럼 누가 더 부담해야 할까? 가난한 자에게 더 지급해 줘야 할 세금과 부자가 내지 않도록 한 세금은 결국 '가난한 자'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 '중간 계층'에서 더 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예산을 따낸 기업과 그 종사자들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대다수 세금을 내야 할 계층은 '세금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사는 계층'의 '노예'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법은 '세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이 없어지지 않는 한 '수입(기름 값, 은행수수료, 통신요금, 가스'전기료, 약값, 민영보험료 등의 공공재는 대다수 국민이 꼭 사야 하는 물건이다)'이 보장된 사업은 그 수입을 민간에서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세금'으로 봐야 한다. '세금'으로 낼 때는 100원이면 될 일을 민간 기업에 낼 때는 100원보다 더 내야 한다면 똑똑한 소비자는 100원만 내도되는 '공공재'를 사기를 원할 것이다.

국가가 팔 때는 100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을 민간 기업에서 팔 때는 100원 이상을 내야 한다면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선택권이 물건을 사고 돈을 내는 사람에게 주어져 있다면 당연히 국민은 100원을 내고 살 수 있는 물건을 고를 것이다. 이게 바로 시장자율경쟁이다. 그런데 국가가 팔던 물건을 민간 기업에서만 팔게 한다면 민간에선 당연히 200원 이하로는 물건 값을 내리지 못하도록 '담합'을 하여 300원도 받고 400원도 받으려 할 것이다. 게다가 원래 100원짜리 물건을 300원 받아야 하는데 250원만 받아 '저렴(?)'하게 파는 것이라고 생색을 낸다면 국민은 싸게 사는 것인 줄 알고 속고 말 것이다. 100원을 넘는 차액은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갈 뿐이다. '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이익'을 '소수 특권층'만 누리게 되는 것임에도 '국가'는 다수 국민을 버리고 '소수 특권층'의 '이익'만을 보장하려 하는 것이 '공공재'의 '시장화'인 것이다.

되돌려야 한다. 민간 회사가 쥐고 있는 공공시장은 다시 '공공'으로 바꿀 수 있도록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세금은 무조건 내지 않으면 이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내고 어떻게 보장을 받을 것인가를 제대로 만들어 내면, '세금'보다 더 나은 재테크는 없다. 대다수 국민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복지'는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미숙(보험소비자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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