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에든 다 시절인연이 있다고들 한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일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새 산길 만들기와 끊긴 산줄기 되살리기 사업이 작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그랬다.
예를 들어 4월엔 함양 마천 땅에서 '지리산길' 20여㎞ 시범개통식이 열렸다. 2011년까지 300여㎞에 걸쳐 만들기로 한, 지리산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길의 첫 구간이 완성된 것이다. 산꾼들이 다니는 능선(마루금)길이 아니라 따로 기슭으로 길을 내, 누구라도 자연과 더 쉽게 소통케 하겠다는 게 취지다.
그때 산림청은 그 외에도 오대산'한라산과 울진 산악지역 및 비무장지대에까지 같은 길을 만들 구상을 펼쳐 보였다. 같은 시기 경북도청 또한 독자적으로 낙동정맥(낙동강 수계의 동편 둑 역할을 하는 큰 산줄기)에 200㎞ 길이의 숲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반면 인천시청은 그 즈음, 도로 등으로 인해 끊긴 역내 산줄기와 산길의 복원을 천명했다. 9월엔 경기도청도 훼손된 한북정맥(한강의 북편 담장 격 산줄기)을 치유하겠다는 큰 프로젝트를 내놨다. 그리고 지지난달 시작된 88고속도로 확장 사업에선 백두대간 사치재 구간 복원이 특별히 강조됐다.
현재는 고속도가 산줄기를 깔아뭉개 대간 종주꾼들이 흔히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횡단까지 감행하는 곳이나, 앞으로 그 위를 복개터널로 덮어 산줄기 흐름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대구서 가자면 지리산휴게소 뒤로 보이는 게 백두대간이고, 휴게소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고개가 사치재다.
이렇게 잘린 산줄기를 되살리는 건 훼손된 소통을 회복시키는 일이고, 새 산길을 만드는 건 새 소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산길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영천시청이 대구∼영천 금호강변 40㎞에 자전거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남한 외곽을 한바퀴 도는 자전거도로 건설에 나선 것 또한 지향점이 소통이란 점에선 차이가 없을 터이다.
이런 일이 작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레 들불처럼 번지는 게 예사롭잖다. 그 바탕에는 분명 그럴 수밖에 없는 민족혼의 큰 흐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04년에 이뤄진 고령 대가야박물관 앞 주산 지맥 잇기 사업은 이런 일의 대선배 격이다. 새마을운동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대구'경북이 또 한번 앞장서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나라를 소통시키고 단절을 복원시키는 대업이 소띠 새해 이 지역의 어깨에 지워졌는가 싶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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