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에서 살았던 나는 늘 한 장짜리 달력을 보고 살아야 했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는 할머니가 작은 유리를 붙여두어서 밖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 방안의 흙벽으로 된 초가의 집에는 일 년 열 두 달이 한 장에 들어있는 달력이 벽에 붙어 있었다.
어른들은 그 달력으로 일 년 동안의 명절과 제삿날, 절기에 따라서 농사를 짓는 일들을 계획했었다. 달력에는 양력과 음력이 있었지만 어른들은 음력을 사용했다. 돋보기로 음력을 보면서 양손을 펴고 손가락으로 남은 날들을 꼽아서 헤아렸다. 밀가루 풀로 붙인 흙벽에서는 도배지와 달력이 벌름거렸다.
그때 일곱 살이었던 나는 30년이 지나면서 뭔가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일기를 쓰기 시작을 했다. 그때가 1995년이었다.
남편은 그때 도박의 중독으로 우리 집은 가혹한 시련 속에서 죽음보다 깊은 절망스런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도박의 빚은 그를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폐인처럼 돌아다니던 그를 얼마나 찾아다녀야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에게 너무도 큰 희망이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이웃과 선교센터의 도움으로, 또 국가의 지원으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그는 이제 일곱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한 아이들은 둘이 대학을 다니고 있고 고등학교와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밭에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을 했는지. 참담한 세월을 일기로 적어 나간 나는 이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많은 빨래가 나를 기다리고 대청소가 매일 기다리는 일상에서도 나는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일기를 적어나간다. 그렇게 적어나간 일기가 열여덟 권이 된다.
오늘 나는 새 달력을 보면서 6개월 동안 쓴 일기를 다 채우고 새 일기장에 써 나간다.
2009년, 매일의 날들을 달력에서 체크를 하고 하루의 일과를 성실하게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실히 내 소원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김순호(김천시 성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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