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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설날 단팥빵 들고 하루종일 꿇어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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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설날은 뭔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이 초가지붕 위로 뽀얗게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마음 설레게 하였습니다. 몇 개월 만에 새 옷을 얻어 입을 수 있는 기회이자 두둑이 설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영양군 수비면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지 중의 한곳이라서 겨울철이면 무척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40여 년 전, 그 해 겨울도 그랬습니다. 설날이면 외지에 나가있던 친척들이 선물들을 들고 찾아오는 기다림에 설날이 하루빨리 오기만을 조바심 내어 기다렸습니다. 그해 따라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던지 어린 기억으로 허리춤까지 눈이 쌓이는 바람에 영양읍에서 수비면으로 통하는 한티재가 며칠째 통행이 끊겨 버렸습니다.

늘 친척들로 북적여야 할 설날아침이 적적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차례를 다 지내고 부모님으로부터 15원의 설 돈을 받았습니다.

차례를 지낸 후라 먹을 것이 가득했는데도 언젠가 동네 구판장에서 팔고 있던 단팥빵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나절쯤 오솔길처럼 난 눈길을 따라 2킬로 정도 떨어진 구판장으로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리고 10원을 주고 기분 좋게 단팥빵을 집어 들었습니다. 무던히도 추운 날씨 따뜻하게 가져가고 싶은 생각에 나이론 털 셔츠(도꾸리)와 맨살 사이에도 넣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동생에게 자랑하려는 순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기가 차다는 말과 함께 명절날은 돈 쓰는 게 아니라며 호통치시며 단팥빵을 들고 꿇어앉아 하루 종일 벌을 섰습니다.

결국 그날은 이래저래 아프고 슬픈 눈물의 빵을 오후 해가 질 무렵에나 먹을 수 있었지만 명절날은 돈 쓰면 안 된다는 말씀이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명절날 돈 낭비하면 죄 짓는 심정으로 삽니다. 대부분 먹을 것이 넘쳐나는 데도 불구하고 외식을 하는 분위기를 보면 가난하고 힘든 시절의 이야기가 동화처럼 맑은 마음의 언저리에 투영되기도 합니다.

패러다임(sein19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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