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호의 시사코멘트]용산참사, 신속히 수습해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넘었다.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용산참사는 정국의 핵이 되었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설을 맞아 가졌던 작은 소망도 산산이 부서지는 형국이다. 성난 민심에 머리를 들 수 없었다는 여야 정치인들의 '설 민심 전하기'는 그야말로 헛말로 끝날 모양이다.

지금까지 용산참사와 관련해 정부 여당은 '법치 확립'을 강조하고, '선 진상규명, 후 책임자 문책'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수사를 맡은 검찰은 내달 5일 수사발표를 통해 화재원인을 밝힐 계획이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민생민주국민회의(준)를 구성하고 내달 1일 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사태 수습은커녕 정쟁으로만 치닫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번 용산참사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재개발 사업의 어두운 그늘이 비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철거용역업체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망루 농성을 택하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이 투입되었다가 화재로 인해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수습은 되지 않고 정국 불안만 더하고 있으니 무슨 생각들인지 모르겠다. 시위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 행사가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도 그에 따른 희생자가 발생했으니 수습의 책임은 누가 뭐래도 정부 당국에 있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신속히 수습하려는 노력이 뒤따랐어야 했다.

전국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은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번 참사와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철거민들의 극한투쟁과 경찰의 강제진압 논란 여부에 앞서 정치권은 극한투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해결 방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희망적이지 않다고 볼 때, 이는 재개발 사업장에서 내몰린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혹자는 이번 용산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불법시위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와 훼손된 공권력을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영국의 무관용경찰활동(Zero Tolerance Policing)을 예로 든다. 그러나 이는 총기 허용과 같은 사회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 경찰도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무관용경찰활동을 채택한 적이 있고, 범죄통제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무관용경찰활동은 이념과 전략'전술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무관용경찰활동에 따른 조치가 이번 용산참사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이번 참사로 인한 억울한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해 진정으로 가슴 아파해야 한다. 17년 넘게 갈비집을 하다 졸지에 철거민 신세가 되어 참사에 희생된 아버지와 화상을 입고 연행된 아들, 그 충격에 실신한 어머니, 여덟 살 난 딸을 둔 앞길이 창창한 경찰특공대원의 희생, 그리고 그 가족들. 이 억울한 죽음과 가족 앞에 법치 확립이니 폭력진압이니 하는 게 뭔 의미가 있을까. 이들을 달래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일일 게다.

성인에 버금간다 해서 亞聖(아성)이라 불린 맹자의 말이다. "그냥 선한 마음만 가지고는 정치를 할 수 없고, 그냥 법만 가지고는 스스로 행할 수 없다."(徒善不足以爲政 徒法不能以自行) 마음이 아무리 착해도 그 착함만으로는 정치를 행하는 데 부족하고, 법을 만들었다 해도 그것만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선한 마음에 어울리는 실천이 있어야 하고, 법에 어울리는 선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도리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찌 되었든 마주하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은 정국 상황의 물꼬는 정부 여당이 터야 한다. 다수당이고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대구한의대 중어중국학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