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린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들에게 불똥이 튈 것 같아 걱정이다. 여대생과 주부 등 연쇄 살해 사건 용의자 강호순은 부인 앞으로 4건의 보험을 가입한 후 살던 집에 불을 질러 부인과 장모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이를 입증못한 보험사로부터 4억원대의 보험금을 받아냈을 것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보험금을 지급했던 것이다. 이 사건 이전에도 4차례에 걸쳐 트럭 화재와 도난, 그리고 점포 화재와 교통사고로 약 2억원의 보험금을 받은 전력도 고의 방화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강호순이 10여년에 걸쳐 6억여원의 보험금을 받은 것에 대해 '맞아, 보험금을 노린 범죄였을 수도 있겠다'고 맞장구를 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보험금을 받아 봤거나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될 보험 계약을 유지 중인 계약자는 무심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보험사도 덩달아 거 봐라 하는 식이다. 보험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들이 넘쳐나 마치 보험사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된다. 보험사의 변명 또한 어이없다.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심하게 조사를 하면 고객 불만이 심해 영업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보험금을 주다 보니 강호순의 경우처럼 사기가 의심되어도 줄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큰 사고가 났음에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가입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다.
한 장애인협회 간부는 고아인 정신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 계약에서 사망시 수익자를 자신으로 바꾼 뒤 장애인을 트럭으로 치어 살해해 놓고 사고사로 위장했다가 들켰다고 한다.
이 두 사건에 대해 사법부는 '의심'을 하고 수익자는 '부인'을 하고 있어 재판의 결과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이들이 단죄를 받은 범죄자로 분류되어 있다. '형 확정'이 아닌 '기소'가 된 것으로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비단 이 두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보험금을 노린 사기로 의심만 받아도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상당하다.
보험사는 보험 사기가 보험사의 손실을 초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피해를 일으킨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금 누수 규모가 연간 2조2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다며 이를 막기 위해 보험 사기 전담 수사기관을 신설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아우성이다.
정말 그럴까?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 사기 신고 8천204건 중 혐의 입증이 가능했던 건은 344건에 불과했는데, 이 중 사법부의 판단 결과 죄가 있다고 확정된 것은 34건(0.4%)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맘만 먹으면 파악해 볼 수 있는데도 '추정치'를 들먹이는데 보험금 누수 규모가 100배라는 것은 과장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정말 이 두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살해가 맞다면, 보험사 주주만 좋게 할 일이다. 주주가 취해야 할 보험금을 사기꾼이 취했는데, 이를 다시 돌려받게 된다면, 이미 보험 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에 해당되는 보험료는 신규 보험 계약자들에게 받았을 것이므로 이중 이익을 얻게 될 일인 것이다. 보험료를 낸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피해는 그대로이고 보험사 주주의 피해(?)만 구제되는 셈이다.
정작 피해자는 '사망자'다. 보험사가 보험 계약 심사를 철두철미하게 했다면 이 계약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의 사례는 연고자가 없는데도 사망 후에 지급될 보험금이 8억원이 넘고, 보험료 또한 장애인의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문맹이라 자기 이름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보험 계약은 성립이 되었고,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데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진실이 밝혀진다고 보험금을 노린 진짜 사기 사건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사망자에 대한 '억울함'이 풀리진 않을 것이다. 毒(독)이 되는 '보험'부터 없애야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희생자를 없앨 수 있다.
김 미 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