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이랏샤이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신선하게 느끼는 두가지 인사말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이랏샤이'(いらっしゃい)이고, 또 하나는 '아리가토'(ありがとう)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어서오세요'와 '감사합니다'인데, 식당엘 가도 백화점엘 가도 어디에 가든 듣는 이 인사 덕분에, 일본을 싫어하던 한국인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간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새 이 말에 중독되어 사람들을 만날 때에 이 말을 걸어오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친절한 인사 예법의 신통스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상점에 들어갔을 때, 아무 말도 건네주지 않으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우리는 알아서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이랏샤이'(いらっしゃい)는 어찌 들으면 '이리오소이'라고 들리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들으면 '아, 그렇구나'라고 귀가 트일 것이다. 실로, 이 말은 경상도의 액센트가 가득 실린 '이리 오소예'가 변해서 된 말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상도나 지방을 여행하면 '이리오소, 이리오이소, 이리 오소예, 이리 오소이' 같은 특유의 방언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메스컴의 발달로 전국이 서울말로 통일되어 가고 있어 지방마다의 방언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면 '아리가토'란 어디서 나온 말일까? 고대 한국어로 '아'는 '아버지'의 '아'로써, '고귀한'이란 뜻이고, '리'는 '우리'의 '리'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타'는 '같다'라는 말이다.

따라서 '아리가타'는 '고귀한 사람 같다'라는 말로, 이 말이 변해서 '고맙다'라는 뜻의 '아리가토'(ありがとう)가 된 것이다.

나는 일본으로 시집온 한국인들로부터 "그래도 한국이 좋아요"라는 말을 곧잘 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가면 기본예절을 안 지키는 일이 많아 기분이 상할 때도 많지만, 있는 대로 가슴 터놓고 솔직하게 사니까 사람 사는 것 같은데, 일본은 질서를 지키고 자기 할 일만 하면 신경 쓸 일이 없으니까 편하긴 하지만, 서로 약점을 안 보이려 노력하고, 겉으로만 사귀니까 도무지 정이 안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밭에 비유하면, 한국은 '자갈 섞인 비탈밭' 같고, 일본은 '옥토로 덮인 암반' 같다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남을 배려하며 자신을 자제할 줄 아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있어서, 특히 한국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랏샤이', '아리가토'가 일본 사회를 살맛나게 하는 말의 참 소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런 소금을 좀더 많이 써서 '그래도'를 뺀 '한국이 좋아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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