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을 운영하는 나, 집안일에 매달린 다정다감한 아내와 갓난아기. 나는 어느 날 집에서 피범벅이 된 채 숨져 있는 아내와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범인은 중학생 강도 3명. 이들은 두 종류의 흉기로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왜 죽였을까. 이 강도들이 사는 집은 나의 집과 너무 떨어졌고, 아내를 살해한 뒤 가져간 것은 아내의 지갑에 든 지폐 몇 장뿐. '지폐 몇 장을 빼앗기 위해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소설은 이 살인 사건에서 출발한다. 나는 범인이 잡혔을 때 이들이 누구인지, 도대체 왜 살해했는지,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후회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소년법이 이를 가로막았다. '14세 이하의 자는 어떤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
나는 아내를 죽인 이들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주소를 포함한 일체의 신상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 '왜 죽였는지'를 포함한 수사 정보도 완전 차단됐다. 수사관은 단지 "이들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 일정기간 보호시설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나는 분노했다. 허탈했다. 복수심이 불탔다. 마음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다. 나는 이제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범인들의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아내가 죽고 4년 뒤 수사관이 나를 찾아왔다. 수사관은 내 커피숍 인근 공원에서 어제 한 소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알려왔다. 그는 다름아닌 아내를 죽인 3명 중 1명이었던 것. 이후 아내를 죽인 3명에게 차례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빠른 템포로 뇌를 자극한다. 미스터리와 퍼즐을 버무려 추리와 상상력을 동원하게끔 한다. 그러나 퍼즐을 꿰맞출만 하면 어느새 고리가 끊긴다. 다시 맞춰야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 재미 더하기 1
이 소설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추리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항상 '왜'라는 의문과 앞 뒤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쳐놓은 그물망에 푹 빠지는 것도 괜찮겠다. 잘못된 추리로 걸린 그물에서 헤어나오면 다시 그물에 걸리게 마련이다. 눈과 뇌가 동시에 빠르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 재미 더하기 2
나눠 읽지 않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방식. 숨가쁘고 탄력받은 상태에서 호흡을 멈춰버리면 다음의 상승된 분위기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다시 가열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밥먹는 것도 잊고 단숨에 읽어내려간다면 소설의 재미를 더 만끽하리라. 화장실이 급하다면 동시에 해결하라.
# 재미 더하기 3
끝으로 읽는 재미에만 만족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 범죄 가해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나. 또 피해자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되고 존중돼야 하나.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의 접점은 어디인가. 소설이 결론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사회적이다. 355쪽, 1만원.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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