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이면 양준혁은 만으로도 불혹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18살 새내기 김상수, 박민규 등과는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 만큼 차이가 크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할 뿐이다. 오키나와의 더운 날씨에도 양준혁이 묵묵히 땀을 흘리는 것은 올해 성적에 따라 선수 생명 연장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23일 정오 삼성 전훈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의 아카마 구장. 오후 1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원정 경기가 예정된 탓에 선수 대부분은 오전 11시에 이미 차를 타고 30여분 거리의 기노완구장으로 떠났다. 선발 출장하지 않는 선수 몇몇만 배팅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삼성의 최고참 타자 양준혁 역시 그 사이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양준혁은 "현재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좋으면 시즌에 맞추기 어려워 일부러라도 페이스를 조금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지만 그가 받아치는 공은 연신 외야 담장을 넘어갔다. 이미 지켜봤던 다른 어느 선수보다도 타구가 멀리 뻗어나갔다. 스윙 동작도 호쾌하다.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 타구라도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갔다.
양준혁은 지난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기도 하면서 타율 0.278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993년 데뷔 이후 16시즌을 보내는 동안 세 번째로 낮은 타율. 장타율도 전형적인 톱타자인 동갑내기 전준호(히어로즈)와 같은 0.392에 머물렀다. 올해에는 부진을 씻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타격 연습을 지켜보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잡고 있는 양준혁 또한 올해 활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석민, 최형우와 함께 양준혁이 중심 타선에서 제 모습을 보인다면 경험과 패기, 좌타자와 우타자가 섞인 클린업 트리오는 남부럽지 않은 짜임새를 갖추게 된다. 지명 타자인 양준혁이 중심 타선에 합류하면 나머지 타순과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것도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코칭 스태프의 반응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연습 때 가볍게 던져주는 공을 멀리 날리는 것만으로는 올해 활약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 올해 계약 마지막 해임에도 양준혁은 전혀 은퇴를 생각지 않는다고 했으나 선동열 감독과 코치진은 "자신도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더라. 하체가 탄탄해야 하지만 러닝 훈련을 제대로 못해 걱정스럽다"면서 "힘은 아직 있는데 순발력이 다소 처진다. 투수가 전력으로 던지는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늦다"고 지적했다.
이미 각종 기록을 갖고 있는 양준혁은 장종훈(현 한화 이글스 코치)이 보유한 개인 통산 최다 홈런(340개) 기록에도 1개 차로 따라붙었다. 이 기록은 올 시즌 초반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심 타자다운 면모를 되찾는 것. 그래야 내년, 내후년에도 그라운드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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