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신암육교 철거 계획이 구청의 소극적 태도로 원점에서 재논의되고 있어 보행권 중심 행정 추세를 외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1973년 대구 1호로 건설된 신암육교(파티마병원~공고네거리)는 지난해 9월 신암3동 주민 2천568명이 '신암육교가 오래돼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육교 아래 무단횡단이 심해 철거가 필요하다'는 청원을 제출, 동구의회가 이를 수용해 철거를 잠정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동구청이 이달 중순 신암육교를 사이에 둔 신암1동과 3동 주민 전체에게 '신암육교 존치냐 폐지냐'를 놓고 설문조사에 나서자, 주민 의견이 갈리면서 조사가 중단됐다. 한 주민은 "철거가 잠정 합의된 마당에 구청이 뜬금없는 설문조사를 벌여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서울, 부산 등 대도시들이 육교를 철거하고 지하차도 위에 횡단보도를 긋는 등 보행자 편의를 위한 행정을 펼치는데 동구청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서구청이 육교 3개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서구청은 당시 육교 이용자 3천40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육교 철거를 결정한 뒤 4, 5개월 만에 기존 육교 자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서구청 건설방재과 박태용 보수담당자는 "대구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원래 육교가 있던 자리에 횡단보도를 놓는 것이 가장 낫다고 결정했고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여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구청은 신암육교 철거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동구청은 신암1동과 3동 일부 주민들 사이에 신암육교 철거 후 횡단보도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히 첨예하게 대립해 육교 철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주민 청원은 육교 인근 상인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어서 최근 주민 전체의 여론을 모으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주민들 간에 횡단보도를 서로 유리한 쪽으로 주장하고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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