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년만에 돌아오는 대구 노래 '능금꽃 피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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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금꽃 피는 고향' LP음반 앞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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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금꽃 피는 고향' 악보.

'능금꽃 향기로운/내 고향 땅은/팔공산 바라보는/해뜨는 거리/그대와 나 여기서/ 꿈을 꾸었네/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능금꽃 피는 고향' 중에서)

대구를 나타냈던 노래 '능금꽃 피는 고향'이 30여년 만에 다시 살아온다. 고(故) 길옥윤 작사·작곡, 패티 김 노래다. 지난 1971년 음반(LP판)으로 첫선을 보인 이 노래는 1970년대에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타고 자주 흘러나오다 어느 순간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서 사라졌다.

이 노래가 지금 부활하고 있다. 계기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난해 10월 중순 대구시 동구 평광동 사과 재배 단지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김 시장이 사과 재배 농가들과 환담을 나누다 '능금꽃' 얘기가 화제가 되자, "옛날에 '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이란 패티 김 노래가 많이 불렸는데 요즘은 듣기 힘들다"며 "노래방에라도 이 노래가 나온다면 좋을 텐데"라고 했다.

이때부터 김 시장의 방침에 따라 대구시청 농정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나섰다. 이 노래의 가사를 포함한 악보, 음반 등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대구의 한 음반 수집가로부터 LP판을 어렵게 구했고, 악보는 국립중앙도서관 자료 열람 신청을 통해 겨우 복사할 수 있었다.

남은 건 저작권자의 양해였다. 시 공무원은 패티 김 사무실로 연락했으나, 저작권은 작사·작곡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고(故) 길옥윤씨의 가족을 찾았다. 길씨의 가족은 찾아냈지만 정작 이 노래는 저작권 등록이 안된 상태였다. 결국 길씨의 처남과 함께 이전에 찾아낸 음반, 악보, LP판 표지, CD 등 관련 서류를 갖춰 지난달 15일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길씨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노래방 반주기(인터넷, 일반)에 곡을 입력하고, 노래방 책자에 악보와 가사를 추가하는 일이 남은 것. 대구시는 지난 18일 A반주기 제작사의 인터넷 반주기에, 25일 B반주기 제작사의 인터넷 반주기에 각각 이 노래를 입력했다. 다음달 중순에는 두 제작사의 일반 반주기에도 이 노래를 입력할 예정이다. 현재 저작권협회를 통해 전국 노래방의 책자에 이 악보가 추가 보급되고 있다. 30여년 만에 사라진 노래가 빛을 발하게 되는 셈이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시청 사내 방송을 통해 하루 세 차례 '능금꽃 피는 고향'을 내보내고, 청사내 3곳의 영상 모니터를 통해 30분 간격으로 영상물을 방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광동은 대구 전체 사과 재배 면적 153㏊ 중 120㏊를 차지하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79년의 홍옥 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이번 노래 부활을 계기로 이 곳을 대구시티투어 코스로 관광자원화하고, 대구 사과의 품질 향상 및 수출길 마련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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