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거들떠 보지 않았던 중고(재활용)제품들이 불황 여파를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중고품을 찾는 알뜰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아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우리 주변에는 중고품을 새것 같이 단장해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특히 대구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재활용나눔센터에서는 마음에 드는 물품을 공짜로 가져 갈수 있다. 중고품이라고 모두 허접한 것은 아니다. 제품 사용 주기가 짧아지면서 멀쩡한 물건들이 중고시장에 많이 나오는 까닭에 괜찮은 물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알뜰 쇼핑을 도와주는 중고장터를 소개한다.
◆ 수성구청
지난해부터 재활용사랑나눔장터를 상설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사랑나눔장터는 새 물품 구입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이사 때 버리는 물품 가운데 재사용 가능한 것을 수거, 수리한 후 저소득층이나 경로당 등에 무료로 전달해 주는 곳으로 수성구 범물동 범물변전소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냉장고'TV'세탁기'컴퓨터'전자레인지'선풍기'쌀통 등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장롱 같은 대형가구를 제외한 소형가구류(책상'의자'소파 등)가 수거 대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생활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장터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 90개의 물품을 수거한 뒤 기초생활수급자, 경로당, 장애인 등에 51개의 물품을 전달했다.
'재활용사랑나눔장터' 관계자는 "사용하기에 불편이 없는 물품이 많이 있다. 자원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이웃사랑도 실천하는 장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053)666-2721.
◆ 서구청
2007년 4월 재활용사랑나눔센터를 열었다. 가정에서 배출 신고를 한 가전제품과 가구를 수리해 서구의 어려운 가정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수거 물품은 서구청 자체 인력을 활용하거나 공공근로 인력 가운데 기술자를 선발해 수리한다. 효율적인 자원 재활용 뿐 아니라 매립'소각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막는 효과를 얻어 그 해 대구시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됐다. 작년 한해 동안 가구, 가전제품, 그릇 등 781점의 물품을 전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강정구 환경관리과 음식물재활용 담당은 "과거에는 주민들이 내놓은 물품을 수거한 뒤 파쇄, 쓰레기로 재활용 했는데 멀쩡하게 버려지는 것이 많아 센터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053)663-2721.
◆ 달서구청
지난해 11월부터 '스마일링 교복나누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의 교복 마련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달서구청과 24개 주민자치센터, 본동'성서'월성'신당 등 6개 종합사회복지관, 아름다운가게 월성점을 통해 교복을 기증받고 있다. 기증 대상은 달서구에 있는 54개 중'고 교복. 지난 17일 현재 3천여점의 교복이 기증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달서구청 담당자는 "경기침체로 실직 가정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면서 한 벌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교복은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는 부담이 되고 있다. 부모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 행사를 열게 되었는데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기증받은 헌 교복은 달서지역 자활센터에서 말끔하게 수선된다. 50여명의 센터 회원들이 떨어진 단추를 달고 터지거나 헤진 곳은 꼼꼼히 박음질한다. 세탁과 다름질 과정을 거치면 새 교복처럼 탈바꿈한다.
달서구청은 지난 21일부터 아름다운 가게 월성점을 통해 교복 판매에 들어갔다. 한벌 가격은 2~3천원으로 새 교복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싼 가격이다. 교복 판매 수익금과 민간후원금, 교복나누기 사업을 전개하면서 달서구청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모은 1% 나눔운동 모금액은 달서구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고생 50명에게 새 교복을 지급하는 사업에 사용된다. 053)667-2511.
◆ 대구시
1998년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정문 앞 도로에서 대구사랑나눔장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시민들이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들고와 판매하는 벼룩시장(중고품을 파는 노천시장)이다. 대구시와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대구사랑시민회의가 공동으로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서민 경제를 고려해 장터를 개소한 것이 10년 넘게 어어져 오고 있다. 4월부터 11월(7,8월 제외)까지 매주 금요일(오전 10시~오후 5시) 장이 선다. 시작 당시에는 토요일 장이 열렸으나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로 변경됐다.
물품 판매를 원하는 사람은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참가 신청은 금요일 오전 8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정문 초소에서 받는다. 선착순 300명만 접수 받으므로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번에 평균 320여명이 참가 신청을 한다. 20여명은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빈 자리가 생기면 그 곳에서 장사를 하게된다.
시민들이 직접 판매할 물건을 들고 와야 하기 때문에 작은 물건들이 주를 이룬다. 옷류가 가장 많고 라디오, 카세트 등 소형 가전제품들이 자주 등장한다. 가격은 보통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구시가 권고한 점당 가격 상한선이 1만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구사랑나눔장터는 218회나 열렸으며 방문한 시민들만 무려 436만명에 이른다. 한번 장터가 열릴 때마다 평균 2만여명이 다녀 간 셈. 대구시 자치행정과 이영민씨는 "장이 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명물 시장이 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곳"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시는 지난 1월 17일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 운동 확산을 위해 8개 구'군청, 새마을협의회, 여성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나눔장터를 열었다. 대구시는 공무원 1인당 1점 이상의 의류, 가방, 도서, 잡화 등 재활용 가능 물품 기증하기 운동을 펼쳐 나눔장터에서 판매할 물품을 확보했으며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각 구'군별로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었다. 대구시는 이날 총 2천900여만원의 판매수익금을 올려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으며 판매 되지 않은 물품은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다.
◆ 북구청
구청 홈페이지(http://www.buk.daegu.kr)를 통해 나눔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고 팔수 있는 사이버 공간으로 '플라스틱 4단 서랍장, 장난감 정리대 가져가세요. 멀쩡해요', '안녕하세요. 책상을 바꾸게 되서 기존 책상을 가져갈 분 찾습니다. 사용하기에 불편이 없습니다', '출퇴근 하려 합니다. 자전거 무료로 주실분 연락 부탁드립니다. 연락 주시면 가지러 가겠습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와 있다. 북구청은 오는 4월과 하반기에는 알뜰장터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 동구청
1999년 4월 제3아양교 인근 금호강변에 2천700여평 규모의 동구재활용센터를 개소했다. 동구청에서 직영하다 몇년 전부터 민간에 운영권을 위탁했다. 민간업체가 재활용품을 수거한 뒤 수리, 재판매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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