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MICE산업' 지역 新성장동력으로 삼자

회의'포상관광'전시회'컨벤션 단순 관광 아닌 황금산업으로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의 피해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훨씬 더 크다. 작금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뿐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전통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신성장동력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MICE산업'을 지역경제의 신성장엔진으로 삼자는 논의가 최근 지역에서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국정핵심과제로 신성장동력 산업 3대 분야 17개 과제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 고부가 서비스산업으로 MICE'융합관광 산업이 선정되었다. MICE산업은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 travel)'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BT(Business Travel)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단순관광이 아니라 상품, 지식, 정보 등을 교류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회의'전시회를 열고 이벤트를 벌이고 관광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또는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과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MICE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홍콩'마카오 등 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까지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의 열쇠로서 MICE산업을 육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단순관광객에 비해 MICE 관련 방문객들이 그 규모도 크고 1인당 소비액도 월등히 높아서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 국제회의 참가자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천488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892달러보다 약 2.7배를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MICE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높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즉 제조업의 경우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낮은 반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높다. 2003년 기준으로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이 10억 원당 12.1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 20.5명이나 된다.

그리고 MICE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신분이 높고 해당 국가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아 개최국과 개최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

그러나 아무리 유망 산업이라고 해도 과연 우리 지역이 MICE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비교우위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가령 단순히 제주도와 비교해서 제대로 된 관광거리도 없고 교통편과 숙박 불편 등 제대로 인프라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얘기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역의 열악한 인프라 상황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그동안 우리 지역은 내륙의 폐쇄적인 열악한 환경 하에서도 EXCO 설립과 확장 및 특화된 전시회 개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개최 등 나름대로 MICE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저력이 있다. 물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열매는 결국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지역의 MICE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MICE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더불어 비관적'부정적 시각을 긍정적 시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뒤 수요가 있어서 MICE산업을 육성하겠다면 누가 못하겠는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의 법칙'(Say's law)을 믿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 그리고 내륙에 위치한 지역의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한 역발상 사고가 필요하다. MICE 참가자들은 단순히 관광 때문에 지역을 방문하는 게 아니다. 즉 우리 지역이 강점을 갖는 IT'그린에너지'의료관광 등을 매개로 하여 사람들이 모여들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들어설 동남권 신공항과 KTX 등을 활용하면 접근성도 크게 좋아진다. 관광의 경우도 1시간 거리권인 안동의 유교문화 유적지와 경주의 불교문화 유적지를 활용하면 된다.

MICE산업을 지역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에 무성한 'NATO(No Action, Talk Only)식' 육성논의가 아니라 인식 전환과 함께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정비, 관련 업계의 육성, 이해당사자 간의 협력 등 산적한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실천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 민 교(대구대 교수 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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